고전총람(산문)/남원고사

(경판)남원고사 - IV. 고운 치레 (3/3)

New-Mountain(새뫼) 2020. 6. 2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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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갖은 술에 온갖 안주 교태 섞어 권하노라

 

 

얼싸, 좋을시고.

춘향의 거동 보소. 용두머리 장목비를 곱디고운 손으로 내려서 이리저리 쓸어 치우고 홍전 한 떼 떨쳐 깔고,

“도련님, 이리 앉으시오.”

치마 앞을 부여안고, 은침 같은 열쇠 내어 금거북 자물쇠를 떨걱 열고 온갖 종류의 담배 다 내어올 제,

평안도 성천초, 강원도 금강초, 전라도 진안초, 양덕 삼등초 다 내어놓고, 경기도 삼십칠 관아 중 남한산성초 한 대 똑 떼여 내어 꿀물의 훌훌 뿜어 왜간죽 부산대에 넘쳐나게 담아 들고, 붉은 입술과 흰 이로 담빡 물어, 청동화로 참숯불에 잠깐 대어 붙여 내어, 치마꼬리 휘어다가 물부리 씻어 둘러 잡아 들고 나직이 나아와,

“도련님, 잡수시오.”

이도령 헝겁지겁 감지덕지 두 손으로 받아 들고 타락송아지 젖부리 물듯이 덥석 물고, 모깃불 피우듯이 피우면서 하는 말이,

“만고영웅 호걸들도 술 없이는 맛이 없음이라. 이렇게 좋은 밤 이 놀음에 술 없이는 못하리니, 술을 바삐 가져오라.”

춘향이 상단이 불러,

“마누라님께 나가 보라.”

이때 춘향 어미 사람의 뼈를 빼려고, 우선 술과 안주 진지 갖출 적에, 여덟 모 접은 대모반에 통영 소반, 안성 유기, 왜화기, 당화기, 산호반, 순금 천은 갖가지 그릇 벌여 놓고 갖은 술병 곁들였다.

푸른 대나무가 무성한 대나무병, 우물에 떨어진 오동잎을 그린 오동나무 병, 들꽃 그린 왜화병, 돈이 들어오고 오래 살라는 당화병, 조선 보화 천은병, 중원 보화 유리병, 푸른 바닷물에서 나온 산호병, 무늬 좋은 대모병, 목 긴 황새병, 목 움츠려진 자라병.

각색 술을 다 들였다. 도처사의 국화주, 이한림의 포도주, 산속 은사들이 마시던 죽엽주, 마고선녀의 연엽주, 안기생의 자하주, 감홍로, 계당주, 백화주, 두견주, 이강고, 죽력고.

안주상을 돌아보니, 대양푼에 갈비찜, 소양푼에 제육초, 양지머리, 차돌박이, 물고기 머리에 봉황의 꼬리가 놓여 있고, 염통 산적, 양볶음이며, 신선로에 전골이요, 생치 다리, 전체수며 연계찜을 곁들이고, 송강 농어 회를 치고, 각 고을의 포육, 편포로다.

문어와 전복으로 봉황 새기고, 밀양 생밤 깎아 놓고, 함창 곶감 접어놓고, 청술레, 황술레며 유자, 석류 곁들이고, 두 귀 발쪽 송편이며, 보기 좋은 백설기, 먹기 좋은 꿀설기, 맛 좋은 두텁떡, 경첩한 화전, 산승, 송기, 조침 같은 웃기떡 괴어 놓고, 민강사탕, 오화당 용안, 여주, 당대추며, 동정 금귤이 더욱 좋다.

청동화로 백탄 숯에 다리쇠를 걸어 놓고 평양 술통 쟁개비에 능하주를 차갑지도 뜨겁지도 아니하게 덥혀 놓고, 노자작 앵무배에 가득 부어 들고 백만 교태로 권할 적에,

“도련님, 이 술 한 잔 잡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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