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남원고사

(경판)남원고사 - V. 사랑 타령 (3/4)

New-Mountain(새뫼) 2020. 6. 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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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네 노래 듣기 좋아 내 노래도 들어보라

 

타기를 마치매 이도령이 흥을 내어 하는 말이,

“너 혼자 노래하니 나는 듣기 좋거니와, 울며 부르는 <경성소리> 너도 더러 들어보라. <천자풀이> 하마.

 

자시에 하늘이 생기어

넓고 넓어 사사로이 덮음이 없었으니

매우 넓고 끝이 없는 하늘 천.

축시에 땅이 생기어 오행을 맡아 있어

만물을 길러내는 따 지.

봄바람 가랑비 좋은 시절에

제비가 재잘거리는 검을 현.

금목수화토 오행 중에 가운데를 맡았으니

토지의 색깔이니 누루 황.

가을바람이 저녁 때 소슬하게 불자,

가을 하늘이 말쑥하게 넓고 높으니 집 우.

광한궁을 얻어내어 신선들과 어울리나

살기 좋은 집 주.

구 년 홍수 어이 하리,

하우씨 세상의 넓을 홍.

세상만사 믿지 마라,

황당하다 거칠 황.

저 멀리 삼백 척 높이로 해 뜨는 곳에

번듯 돋으니 날 일.

해가 함지에 떨어지니 날 저물고

동쪽 언덕에 달 오르니 달 월.

동쪽 동산에 복사꽃과 오얏꽃이 핀 봄날에

꽃잎이 펄펄 날리니 찰 영.

미인 불러 술 부어라,

넘쳐간다, 기울 측.

하도낙서 잠깐 보고

일월성신 별 진.

원앙 비취 금에

훨쩍 벗고 잘 숙.

두 다리를 번뜻 치켜들고

사양 말고 벌일 열.

두 손목 덥석 마주 잡고

온갖 정담 베풀 장.

골짜기에 눈 가득하니 어느 때냐,

대한 소한 찰 한.

어화, 그날 차기도 찰 사,

어서 오너라, 올 래.

동지섣달 차다 마소,

유월 더운 하늘 더울 서.

정든 임이 언제 오리,

기약 두고 갈 왕.

가을바람 소슬한데,

오동나무 잎 지는데 가을 추.

임이 손수 지은 농사

뉘 손 대어 거둘 수.

춘하추동 다 보내고

잎 지자 찬 하늘에 겨울 동.

그리는 임 언제 올꼬,

온갖 의복 감출 장.

관산의 먼 길을 바라보니

천 리 만 리 남을 여.

이 몸 훨훨 날아가서

천만 가지 일들을 이룰 성.

봄 여름 가을 다 보내고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 맞으니 해 세.

아내 모질게 대하지 못하나니

≪대전통편≫ 법칙 율.

네 배 타고 뱃놀이할 제,

두 귀 잡고 법칙 여.

내 부는 생황 소리, 거문고로 화답하라.”

둘이 서로 노는 거동 세상에 장관이라.

춘향이 이른 말이,

“그 노래 듣지 못하던 노래요, 또 무슨 소리 하려 하오?”

“노래 말고 별 희한한 소리 하되, 아주 이상하게 곡 들어맞는 소리 하마. 그칠 제마다 거문고로 녹게 맞추어 주면 잘 하려니와, 그렇지 아니하면 하다가도 그만두느니라.”

“그것이 무슨 소리오?”

“다른 소리 아니라, 옛적 문장 영웅호걸, 충신열사 일색들을 모두 모아 ‘바리가’ 하는 소리라.”

“참으로 듣지 못하던 별 소리오. 어서 하오. 듣사이다.”

이도령이 ‘바리가’ 한다.

 

“‘폐허된 성 비었는데 푸른 산에 달 비치고,

고목은 창오의 구름으로 다 들어갔네.’

하던 이태백으로 한 짝 치고,

‘삼 년 동안 국경의 달밤엔 피리 소리,

여러 군사들은 초목에 부는 바람을 맞네.’

하던 두자미로 한 짝 치고,

‘저녁노을은 짝 잃은 기러기와 나란히 날고,

가을 물빛은 높은 하늘과 같은 색이네.’

하던 왕자안으로 웃짐 쳐서,

‘백로가 강을 가로지르고

물빛이 하늘에 닿는구나.’

하던 소동파로 말 물려라.

둥덩.

 

‘숲에 앉아 하루를 보내고,

시내에서 씻으며 스스로 깨끗이 하네.’

하던 한퇴지로 한 짝 치고,

‘악양루에 세 번 올라도 사람이 알아보지 못하고,

낭랑히 읊조리며 날듯이 동정호를 지나가네.’

하던 여동빈으로 한 짝 치고,

‘굽이진 물에 잔을 띄우니,

온화한 바람이 화창하였구나.’

하던 왕희지로 웃짐 쳐서,

‘달빛 받은 물결이 금빛으로 일렁거리고,

물에 비친 달그림자는 흰 구슬을 담근 듯하네.”’

하던 범중엄으로 말 물려라.

둥덩.

 

‘어양의 북소리 대지를 울리며 다가오니,

우의곡 곡조는 놀라서 멈춰버렸네.”’

하던 백낙천으로 한 짝 치고,

‘손으로 풀어서 그대에게 주노니,

평생 우정의 한 조각 마음이라네.’

하던 맹호연으로 한 짝 치고,

‘청산은 겹겹이오,

푸른 시내는 한 줄기라.’

하던 도연명으로 웃짐 쳐서,

‘지난 일의 득실을 통해

제왕의 흥망을 살펴보노라.’

하던 사마천으로 말 물려라.

둥덩.

 

위천의 어부로서

주나라 8백 년의 왕업을 열었던

강태공으로 한 짝 치고,

군막 안에서 전략을 짜고서도

천리 밖에서 승리를 거두었던

장자방으로 한 짝 치고,

‘큰 꿈에서 누가 먼저 깨어날까,

내 평생을 내 스스로 아는구나.’

하던 제갈공명으로 웃짐 쳐서,

작은 고을 뇌양에 부임하여

백 일이나 술만 마시다가,

감찰을 나오니 하루아침에 모든 일을 처리하고,

연환계를 써서 적벽대전에서 큰 공을 세워

와룡이라 이름이 붙었던

방사원으로 말 물려라.

둥덩

 

한고조에 대해 점을 치니 ‘용성오채’가 나와서

홍문연에서 옥결로 한고조를 죽이려고 했던

범아부로 한 짝 치고

백등에서 흉노에게 포위된 한고조를

여섯 번의 계략으로 위기를 벗어나게 한

진평으로 한 짝 치고,

팔십일 주의 수륙군 대도독으로

적벽대전에서 오군을 이끌었던

주공근으로 웃짐 쳐서

강남을 정벌하고

송나라의 수도 금릉으로 개선했던

조빈으로 말 물려라.

둥덩

 

칠순이 넘은 흰 머리로

반란을 진압하고 변방을 지키던

마원으로 한 짝 치던,

초나라 군대를 속여 유방을 구하고,

죽음으로 나라를 구한 기신으로

기신으로 한 짝 치고,

나라의 은혜를 다 갚지 못하고

절의를 지켜 죽은

장순으로 웃짐 쳐서

몸은 절의를 지켰으나

충성은 해를 뚫은

허원으로 말 물려라.

둥덩.

 

백만대군의 원수가 되어

싸우면 이기고 공격하면 영토를 취했던

한신으로 한 짝 치고,

머리카락은 위로 뻗치고

눈자위가 찢어질 듯하던

번쾌로 한 짝 치고,

남궁의 운대에 모셔진

국가 중흥의 공신 28명 중 제일 공신인

등우로 웃짐 쳐서,

충성과 정성이

위로는 하늘만을 우러르던

곽자의로 말 물려라.

둥덩.

 

산을 뽑을 만한 힘과 뒤엎을 기상은

초패왕에 버금 가고,

추상 같은 절개와 태양처럼 뜨거운 충성은

오자서보다 위이로다.

받은 것을 다 봉하여 인끈을 묶어놓고,

천리를 홀로 가던 관운장으로

관공으로 한 짝 치고,

장판교에서 조조의 백만대군을 막아내던

장익덕으로 한 짝 치고,

장판교 싸움에서 아두를 구하여

온 몸이 모두 담이다 하던

조자룡으로 웃짐 처서,

서량의 명장으로 여섯 장수와 싸우던 마맹기로

마맹기로 말 물려라.

둥덩.

 

오호에 조각배 타고 범소백 따라가던

서시로 한 짝 치고,

머리 돌려 한 번 웃자 백가지 교태가 생겨나고,

육궁의 후궁들이 얼굴빛을 잃었구나 하던

양귀비로 한 짝 치고,

달빛 가득한 병영의 장막 안에서

추파에 눈물 짓던

우미인으로 웃짐 쳐서,

영웅들의 친한 의리를

하루아침에 이간질하던

초선으로 말 물려라.

둥덩.

 

사마상여 봉황곡에

깨달아 들어가던

정경패로 한 짝 치고,

봄 깊은 궁궐에 온갖 꽃 무성하니,

까치가 날아와 기쁜 소식 전하는구나.

하던 이소화로 한 짝 치고,

어찌 깃들어 남으로 날아가길 기다리지 않는가.

삼오성이 드물게 정히 동녘에 있구나.

하던 진채봉으로 웃짐 쳐서,

주인을 위한 충심으로

걸음걸음 따르며 잠시도 버리지 않네.

귀신으로 신선로 바뀌던 가춘운으로 말 물려라.

둥덩.

 

달 가운데 붉은 월계화를 누가 먼저 꺾으려나,

지금 문장에 저절로 진실함이 있구나.

읊던 게섬월로 한 짝 치고,

하북의 명창으로

세 절색의 하나라고 이름을 떨치던

적경홍으로 한 짝 치고,

북파의 진영에 달빛이 뚜렷하고,

옥문관 밖에는 봄빛이 어렴풋하다던

심요연으로 웃짐 쳐서,

청수담에 수절하니

그윽한 골짜기에 봄기운이 나타난다고

하던 백능파로 말 물려라.

둥덩.

 

동정호의 가을 달 같고

푸른 물결 위의 연꽃 같은

춘향으로 한 짝 치고,

낙양 나그네로

풍류를 즐기던 호걸 같은

이도령으로 한 짝 치고,

종기를 우연히 만나

흐르는 강물을 연주한다고

무엇이 부끄러운가 하던

거문고로 웃짐 쳐서,

봄날의 화창한 아름다운

봄빛은 비단처럼 아름다울 제

월하노인 되던

방자 놈으로 말 물려라.

둥덩 둥덩실, 얼싸 좋을시고.”

 

“이 애, 춘향아. 이렇게 좋은 밤에 마시지 않으면 어찌하리. 남은 술 있거든 마저 부어라.”

춘향이 대답하되,

“약주는 부으려니와 그 소리 참 별소리요. 하나만 더 하오.”

이도령이 또 덕 자 운을 달아 소리한다. 맹랑하게 하것다.

“세상 사람 생겨나서 덕 없이는 못하리라.

천황씨 목덕이요,

지황씨 화덕이요,

인황씨 수덕이요,

사람을 익혀 먹는 법을 가르친 수인씨 덕,

군사와 무기를 쓰는 법을 가르친 헌원씨 덕,

삼백 풀을 맛보고 약초를 가려낸 신농씨 덕,

산을 뚫고 길을 낸 하우씨 덕,

처음으로 팔괘를 만들어낸 복희씨 덕.

당태종의 울지경덕,

서량 명장 방덕이요,

삼국 명장 장익덕,

활달하고 도량이 큰 유현덕

어지러운 세상의 간사한 영웅인 조맹덕,

비가 때맞추어 알맞게 내리고

바람이 고르게 부니 하느님 덕,

나라 태평하고 백성 살기가 평안하니 임금의 덕,

벗 사이에 믿음이 있으니 벗의 덕,

말년 영화 자손의 덕,

몹쓸 놈의 배은망덕

좌편 놈의 호미 덕,

우편 놈의 원두 덕,

단단한 목떡이요,

물렁물렁한 쑥덕,

이 덕 저 덕 다 후려치고, 벌떡벌떡 먹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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