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날 저무니 가자스라 임을 보러 가자스라 이때 책방에서 방자 놈이 여쭈오되, “책 읽는 소리를 낮추어 하오. 어리석은 이들에게 소문이 나겠소.” 그럴수록 초조 번민하여 그렁저렁 밤을 새고, 조반 아침 전폐하고, 점심도 다 거르고 묻는 것이 해뿐이라. “방자야, 해가 얼마나 갔나니?” “아직 해가 떠오르지도 않았소.” “애고. 그 해가 어제는 뉘 부음 편지를 가지고 가는 듯이 줄달음질하여 가더니, 오늘은 어이 그리 넓은 하늘을 천천히 걸어가는고? 발바닥에 종기가 났나? 가래톳이 곪았는가? 삼벌이줄 잡아매고 네 면에 말뚝을 박았는가? 대신 지가를 잡히었나? 장승 걸음을 부러워하나? 어이 그리 더디 가노? 방자야, 해가 어디에로 갔나 보아라.” “태양이 하늘 가운데 이르러 오도 가도 아니하오.” “무정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