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린의 이유 유린의 이유 시를 읽지도 않으면서 시를 쓴다는 것은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에서 시가 쓰인다는 것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시는 나를 배설한다.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9.07.03
산책길에서 - 아내의 말에 이어 산책길에서 - 아내의 말에 이어 - 허리 펴고 멀리 보며 걸어 가지. 내 정말 그러하였나 보다. 세월에 움추러들어 나를 구부정히 말아두고 발끝만을 내려보고만 있었나 보다. 저 멀리에 뭐가 있는지 보다는 나를 근심하며 시간을 조심하며 세월과 함께 점점 작아졌나 보다. - 날이 많이 길어..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9.07.01
자전거 출근길에 자전거 출근길에 오르막이 있는 길이지만 기어 하나 풀면 벅차지 않고 내리막도 있는 길이지만 브레이크 없이도 위험하지 않습니다. 올라가는 만큼만 내려가는 길이고 내려가면 조금은 다시 올라가야 하겠지요. 그렇게 힘겨움이 편안하게 되는 길입니다. 일상처럼. 가끔은 깜빡이는 신..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9.05.14
바람에게 -다시 4월에 바람에게 - 다시 4월에 여전히 그때처럼 바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섯 해 내내 그러했습니다. 과거는 망각이라고 추억은 망각해야 한다고 잠시 스쳐가버린 바람이기에 이제 바람을 멀리 놓아 버리자고 그런 저런 소리들이 곁에 가득했어도 맴돌며 감싸던 울림들이 따뜻했기에 아팠지만,..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9.04.23
봄이 오면 - L군에게 봄이 오면 - L군에게 늘 지나는 길이었습니다. 아무 때나 지나는 낯익은 길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익숙하게 그냥 지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잠시 멈추었습니다. 작은 몇 송이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옅은 분홍빛조차 화려하게 매화 몇 송이가 감히 피어 있었습니다. 여전히 바람은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9.03.18
나이듦에 대하여 - 이른 새벽 잠을 깨어 나이듦에 대하여 - 이른 새벽 잠을 깨어 어쩌자고 이른 새벽 잠을 깨어 깊은 사념으로 나를 밀어 넣다 이젠 놓아도 될 안타까운 과거와 단지 불면이 불만이 되는 답답한 현재와 아직 겪지도 않은 고민스런 막막한 미래와 그러다가 현재가 미래가 되었다가 유난히 크게 울리는 시계 소리에..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9.03.04
고마움에 대하여 - 눈오는 바닷가에서 고마움에 대하여 - 눈오는 바닷가에서 한참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아다 보았다. 물 밀려나간 바닷가에서 모래 위에 박혀져 있는 흐릿한 내 삶의 자취들. 나를 앞서거니 혹은 내가 앞서거니 깊게 패이는 힘도 떨어지고 작정한 방향도 정확하지 못하게 함께 걷고 있었다. 그래도 또각또각 딛..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9.02.21
송강을 보러가는 길에 - 영종도 백운산에서 송강을 보러가는 길에 - 영종도 백운산에서 굳이 작정하고 나선 길은 아니었을 겁니다. 푸른 물처럼 깊지 않은 바다와 가을처럼 기름지지 않은 들녘과 눈 가득 높지 않은 산들이 꾸준하게 경계 없이 이어져 있는 이 섬에서 그저 걷다가 무심코 들어온 길이었을 겁니다. 행여 그대처럼 누구..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8.11.06
단체 사진을 찍으며 단체 사진을 찍으며 - 뒷줄 끝에 계신 분 옆을 보지 말고 앞을 보세요. 남기기 위한 것일까, 남겨기지 위한 것일까. 어색한 몸짓으로 사람들의 오와 열 속에 들어갔다가 나와 주변을 이 시간과 묶어 가늠해 보았다. 함께 지금 사진을 찍어야 하는 인연이 있으리라. 어제 나란히 앉아 같이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8.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