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운문) 351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3부 _ 2.봄춘자 노래

제 3 부 2. 봄 춘자 노래 앉아 울던 청춘과부 환하게 모두 다 깨달아서 덴동어미 말 들으니 말씀마다 하나하나 모두 옳아 이내 수심 풀어내어 이리저리 부쳐보세. 이팔청춘 이내 마음 봄 춘자로 부쳐두고 꽃 같고 달 같은 이내 얼굴 꽃 화자로 부쳐두고 술술 나는 긴 한숨은 가랑비와 봄바람에 부쳐두고 밤이나 낮이나 숱한 수심 우는 새나 가져가게 . 마음속에 쌓인 근심 복숭아꽃 흐르는 물로 씻어볼까. 천만 겹이나 쌓인 시름 웃음 끝에 하나도 남지 않았다네. 굽이굽이 깊은 시름 그 말끝에 술술 풀려 한겨울 눈보라에 쌓인 눈이 봄 춘자 만나 실실 녹네. 자네 말은 봄 춘자요, 내 생각은 꽃 화자라. 봄 춘자 만나 꽃 화자요 꽃 화자 만나 봄 춘자라. 얼씨구나 좋을시고, 좋을시고 봄 춘자. 화전놀이 봄 춘자. 봄 ..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3부 _ 1.청춘과부에게 주는 말

제 3 부 1. 청춘과부에게 주는 말 엉송이 밤송이 다 쪄 보고 세상의 별별 고생 다 해 봤네. 살기도 억지로 못하겠고 재물도 억지로 못 하겠더라. 고약한 신세도 못 고치고 고생할 팔자는 못 고치네. 고약한 신세는 고약하고 고생할 팔자는 고생하지. 고생대로 할 지경엔 그른 사람이라 되지 말지. 그른 사람 될 지경에는 옳은 사람이나 되지 그려. 옳은 사람 되었으면 남에게나 칭찬 듣지. 청춘과부 다시 시집 간다 하면 양식 싸 갖고 가서 말리려네. 고생 팔자 타고나면 열 번 가도 고생이네. 이팔청춘 젊은 과부들아 내 말 듣고 다시 시집 가지 말게. 아무 동네 화령댁은 스물하나에 혼자 되어 단양으로 개가를 했다더니 겨우 다섯 달 살다가서 제가 먼저 죽었으니 그건 오히려 낫지마는 아무 동네 장림댁은 갓 스물에 과..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2부 _ 5.귀향

제 2 부 5. 귀향 덴동이를 들쳐 업고 본 고향에 돌아오니 이전의 강산은 옛모습 그대로나 인정 물정은 다 변했네. 우리 집은 터만 남아 쑥대밭이 되었구나. 아는 이는 하나 없고 모르는 이뿐이로다. 그늘 맺던 은행나무 변치 않고 내 돌아오기 기다려 주었구나. 난데없이 두견새가 머리 위에 둥둥 떠서 불여귀 불여귀 슬피 우니 서방님 죽은 넋이로다. 새야 새야, 두견새야. 내가 올 줄 어찌 알고 여기 와서 슬피 울어 내 설움을 불러내나. 반가워서 울었던가, 서러워서 울었던가. 서방님의 넋이거든 내 앞으로 날아오고 임의 넋이 아니거든 아주 멀리 날아가게. 두견새가 펄쩍 날아 내 어깨에 앉아 우니 임의 넋이 분명하다, 애고 탐탐 반가워라. 나는 살아 육신이 왔네. 넋이라도 반가워라. 근 오십 년 이곳에서 나 오기..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2부 _ 4.엿장수 조서방

제 2 부 4. 엿장수 조서방 훌쩍이며 하는 말이 내 팔자를 세 번 고쳐 이런 액운이 또 닥쳐서 시신도 한번 못 만지고 동해수에 죽어 영원히 이별하였으니 애고애고 어찌어찌 살아볼꼬. 주인댁이 하는 말이 팔자 한번 또 고치게. 세 번 고쳐 곤한 팔자 네 번 고쳐 잘 살는지 세상일은 모르나니 그런대로 살아보게. 다른 말도 할 것 없이 저 꽃나무 두고 보지 이삼 월에 봄바람 불면 꽃봉오리 고운 빛을 벌은 앵앵 노래하며 나비 펄펄 춤을 추고 놀이객은 왕왕 놀다 가고 산새는 영영 흥이 나서 즐거워라. 오뉴월 더운 날에 꽃은 지고 잎만 나면 녹음이 온 땅에 가득하면 좋은 경치가 별로 없다. 팔구월에 가을바람 불어오니 잎사귀조차 떨어진다. 동지섣달 눈보라 찬바람에 찬 기운을 못 견디다가 다시 봄바람이 들이 불면 다시..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2부 _ 3.도부장사 황도령

제 2 부 3. 도부장사 황도령 울산 읍내 황도령이 나더러 하는 말이 여보시오 저 마누라, 어찌 저리 슬퍼하오. 하도 내 신세가 가난하고 구차하기로 이내 마음 몹시도 슬프다오. 아무리 가난하고 구차한들 나처럼 가난하고 구차할까. 우리 집이 자손 귀해 오대 독자 우리 부친 오십이 넘도록 자식 없어 일생 한탄이 무궁하다가 쉰다섯에 날 낳으니 육대 독자 나 하나라. 손안의 제일가는 보배같이 안고 업고 겨우 키우더니 세 살 먹어 모친 죽고, 네 살 먹어 부친 죽어 도와줄 가까운 친척이 본래 없어 외조모 손에 키워졌더라. 열네 살 먹어 외조모 죽고 열다섯 살에 외조부 죽고 외사촌 형제 같이 있어 삼 년 상을 지냈더니 남의 빚에 못 견뎌서 외사촌 형제 도망가고 의탁할 곳이 전혀 없어 남의 집에 머슴으로 들어가 십여..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2부 _ 2.아전 이승발

제 2 부 2. 아전 이승발 이상찰의 며느리 되어 이승발의 후처로 들어가니 가세도 웅장하고 시부모님도 자애롭고 후덕하고 낭군도 출중하고 인심도 거룩한데 매양 앉아 하는 말이 이포가 많다 하고 걱정하더니 함께 산 지 삼 년이 못 다가서 성 쌓던 조 사또 도임하고 엄한 형벌 내려 수금하네. 수만 냥 밀린 빚을 들추어내니 남쪽의 밭 북쪽의 논 좋은 땅이 가을바람에 낙엽 지듯 떠나가네. 안팎으로 행랑채 줄지은 큰 기와집도 하루아침에 남의 집 되고 앞닫이에 맞은편 뒤주며 큰 황소 절따말 서산나귀 대양푼 소양푼 세숫대야 큰 솥 작은 솥 조그만 가마솥 놋주걱 술국자 놋쟁반에 옥식기 놋주발 실굽달이 개다리소반 옷걸이며 대병풍 소병풍 산수병풍 자개함롱 반닫이에 무쇠독 다리쇠 받침 쌍용 그린 빗접고비 걸쇠 등잔걸이 놋등잔..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1부 _ 3.청춘과부의 신세한탄

제 1 부 3. 청춘과부의 신세 한탄 그중에도 청춘과부 눈물 콧물 꾀죄죄하다. 한 부인이 이른 말이 좋은 풍경 좋은 놀이에 무슨 근심 대단해서 눈물 한숨 웬일이오. 비단 수건으로 눈물 닦고 내 사정을 들어보소. 열네 살에 시집올 때 청실홍실 늘인 인정 원하거니 이별 말자 서로가 맹세하고 백 년이나 함께 살자 하였더니 겨우 삼 년 함께 살고 죽어서 영원히 이별하니 임은 겨우 십육 세요, 나는 겨우 십칠 세라. 신선 같은 풍채 가진 우리 낭군 어느 때나 다시 볼꼬. 방정맞고 가련하지. 애고 애고 답답하다. 십육 세에 요절한 이 임뿐이요, 십칠 세의 과부된 이 나뿐이지. 삼사 년이 지났으나 마음에는 안 죽었네. 이웃 사람 지나가도 서방님이 오시는가. 새소리만 귀에 오면 서방님이 말하는가. 그 얼굴이 눈에 보일..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1부 _ 2.봄날의 화전놀이

제 1 부 2. 봄날의 화전놀이 순흥이라 비봉산은 이름 좋고 놀기 좋아 골골마다 꽃빛이요, 등성이마다 꽃이로세. 호랑나비 범나비야 우리 같이 화전하나. 두 날개를 툭툭 치며 꽃송이마다 밟고 날아오르네. 사람 간 데 나비 가고 나비 간 데 사람 가니, 이리 가나 저리 가나 간 곳마다 동행하네. 꽃아 꽃아, 진달래꽃아. 네가 진실로 참꽃이로구나. 산으로 이른다면 두견산은 귀촉도 귀촉도 관중이요, 새로 이른다면 두견새는 불여귀 불여귀 산중이요, 꽃으로 이른다면 두견화는 불긋불긋 온 산에 가득이라. 곱고 곱다 진달래요, 사랑하다 진달래요, 넓게 퍼진 진달래요, 갖은 빛깔 진달래라. 치마 앞에 따 담으며 바구니에도 따 담으니 한 줌 따고 두 줌 따니 봄빛이 바구니 속에 곱게 머무르고 그중에 제일 좋은 꽃송이 뚝뚝..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1부_ 1.화전놀이 채비

제 1 부 1. 화전놀이 채비 가세 가세, 화전 가세, 꽃 지기 전 화전 가세. 이때가 어느 땐가 때마침 삼월이라, 봄날 신이 은혜 덕택 베풀어서 봄 날씨 화창하고 따뜻하니 때가 맞고, 꽃 피우려 부는 바람 붓을 들어 온갖 물상 고운 색을 흐드러지게 칠하니 이런 때를 잃지 말고 화전놀이 하여 보세. 문밖으로 나들이도 못 하였나니 소풍도 하려니와 우리 비록 여자라도 흥취 있게 놀아보세. 어떤 부인 마음 커서 가루 한 말 퍼내 놓고, 어떤 부인 마음 적어 가루 반 되 떠내 주고, 그럭저럭 주워 모아 보니 가루 닷 말 가웃 지네. 어떤 부인 참기름을 내어놓고 어떤 부인 들기름을 내어놓고 어떤 부인 많이 내고 어떤 부인 적게 내니, 그럭저럭 주워 모아 보니 기름이 반동이나 넉넉하구나. 놋소래로 두세 채라, 짐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