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덴동어미화전가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1부 _ 3.청춘과부의 신세한탄

New-Mountain(새뫼) 2020. 10. 2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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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부

 

3. 청춘과부의 신세 한탄

 

그중에도 청춘과부 눈물 콧물 꾀죄죄하다.

한 부인이 이른 말이

좋은 풍경 좋은 놀이에 무슨 근심 대단해서

눈물 한숨 웬일이오.

 

비단 수건으로 눈물 닦고

내 사정을 들어보소.

열네 살에 시집올 때 청실홍실 늘인 인정

원하거니 이별 말자 서로가 맹세하고

백 년이나 함께 살자 하였더니

겨우 삼 년 함께 살고

죽어서 영원히 이별하니

임은 겨우 십육 세요, 나는 겨우 십칠 세라.

신선 같은 풍채 가진 우리 낭군

어느 때나 다시 볼꼬.

방정맞고 가련하지. 애고 애고 답답하다.

십육 세에 요절한 이 임뿐이요,

십칠 세의 과부된 이 나뿐이지.

삼사 년이 지났으나 마음에는 안 죽었네.

이웃 사람 지나가도 서방님이 오시는가.

새소리만 귀에 오면 서방님이 말하는가.

그 얼굴이 눈에 보일 듯 또렷하고

그 말소리 귀에 들릴 듯 울리노니

마음에 들어 즐겁던 우리 낭군

자나 깨나 잊겠는가.

잠이나 자주 오면 꿈에나 만나지만

잠이 와야 꿈을 꾸지, 꿈을 꿔야 임을 보지.

 

간밤에야 꿈을 꾸니 정든 임을 잠깐 만나

여러 정엣말을 다 하려 하였더니

한바탕 이야기를 채 못하여

꾀꼬리 울음에 깨어나니

임은 정녕 간 곳 없고

촛불만 깜박이며 꺼지지 않았구나.

아까 울던 저놈의 새

그대들은 듣고 나서 울음이 좋다 하되

나와는 백 년 원수로세.

어디 가서 못 울어서

구태여 내 단잠을 깨우는고.

 

임 그리던 이내 마음 둘 데 없어

이리저리 헤아리던 차에

화전놀이 좋다 하니

품은 마음 조금이나 풀까 하고

자네 따라 참여하니

가는 곳마다 사무치는 슬픈 마음뿐이로세.

보느니 족족 눈물이요,

들으니 족족 한숨일세.

천하 만물 짝 있건만, 나는 어찌 짝이 없나.

새소리 들어도 마음이 바뀌고

꽃 핀 걸 보아도 몹시도 슬픈데

애고 답답 내 팔자야, 어찌해야 좋을 거나.

가자 하니 말 아니요, 아니 가고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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