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운문)/덴동어미화전가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1부_ 1.화전놀이 채비

New-Mountain(새뫼) 2020. 10. 2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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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부

 

1. 화전놀이 채비

 

가세 가세, 화전 가세, 꽃 지기 전 화전 가세.

이때가 어느 땐가 때마침 삼월이라,

봄날 신이 은혜 덕택 베풀어서

봄 날씨 화창하고 따뜻하니 때가 맞고,

꽃 피우려 부는 바람 붓을 들어

온갖 물상 고운 색을 흐드러지게 칠하니

이런 때를 잃지 말고 화전놀이 하여 보세.

문밖으로 나들이도 못 하였나니

소풍도 하려니와

우리 비록 여자라도 흥취 있게 놀아보세.

 

어떤 부인 마음 커서 가루 한 말 퍼내 놓고,

어떤 부인 마음 적어 가루 반 되 떠내 주고,

그럭저럭 주워 모아 보니

가루 닷 말 가웃 지네.

어떤 부인 참기름을 내어놓고

어떤 부인 들기름을 내어놓고

어떤 부인 많이 내고 어떤 부인 적게 내니,

그럭저럭 주워 모아 보니

기름이 반동이나 넉넉하구나.

놋소래로 두세 채라, 짐꾼 없어 어어 할꼬.

상단아 너는 기름 이어라,

삼월이 불러 가루 이어라.

취단이는 가루 이고,

향단이는 놋소래를 이고 가라.

 

열여섯 열일곱 새댁은

갖은 단장 옳게 한다.

청실홍실 감아 들고 눈썹을 지워 내니,

가는 붓으로 그려 듯이

누에 수염 팔자 눈썹 어여쁘다.

양색단 겹저고리 길상사 고쟁이

잔줄누비 겹허리띠 맵시 있게 잘끈 매고

광월사 치마에

분홍 댕기 툭툭 털어 둘러 입고

머리 고개 곱게 빗어 잣기름 발라 손질하고

공단 댕기 갑사 댕기

수부귀 다남자를 딱딱 박아

푸른 진주 붉은 진주 곱게 붙여

착착 접어 곱게 매고

금죽절 은죽절 좋은 비녀

뒷머리에 살짝 꽂고

은장도 금장도 갖은 장도

속 고름에 단단히 차고

은조롱 금조롱 갖은 패물

겉고름에 비껴 차고

일광단 월광단 머리에 쓴 보자기는

희고 가는 손으로 감아 들고

삼승버선 수당혜를

날 출자로 신었구나.

반만 웃고 썩 나서니 일행 중에 제일일세.

광한전의 선녀가 내려왔나.

월궁의 항아가 하강했나.

있는 분은 그렇게 차리려니와

없는 분은 있는 대로 차려 입지.

양대포 겹저고리 솜씨 있게 지어 입고

칠승포에다 갈물로 물 들여

일곱 폭 치마를 떨쳐입고

칠승포 삼베 허리띠를

재주 있고 맵시 좋게 둘러 띠고

굵은 무명 겹버선을 쑬쑬하게 빨아 신고

돈 반짜리 짚신이라 그도 또한 소박하다.

 

열일곱 살 청춘과부 나도 같이 놀러 가자.

나도 인물 좋건마는 단장할 마음 전혀 없어

때나 없게 세수하고 거친 머리 대강 만져

놋 비녀를 슬쩍 꽂고 눈썹 지워 무엇하리.

광목 당목 남빛 치마 끝동 없는 흰 저고리

흰 고름을 달아 입고 전에 입던 고쟁이

대강대강 수습하여 입었으니

어련하고 무던해도 괜찮다네.

건넛집의 덴동어미 엿 한 고리 이고 가서

가지 가지, 가고 말고, 낸들 어찌 안 가리까.

늙은 부녀 젊은 부녀 늙은 과부 젊은 과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마디로 행차가 장관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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