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덴동어미화전가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3부 _ 1.청춘과부에게 주는 말

New-Mountain(새뫼) 2020. 10. 2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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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부

 

1. 청춘과부에게 주는 말

 

엉송이 밤송이 다 쪄 보고

세상의 별별 고생 다 해 봤네.

살기도 억지로 못하겠고

재물도 억지로 못 하겠더라.

고약한 신세도 못 고치고

고생할 팔자는 못 고치네.

고약한 신세는 고약하고

고생할 팔자는 고생하지.

고생대로 할 지경엔

그른 사람이라 되지 말지.

그른 사람 될 지경에는

옳은 사람이나 되지 그려.

옳은 사람 되었으면 남에게나 칭찬 듣지.

 

청춘과부 다시 시집 간다 하면

양식 싸 갖고 가서 말리려네.

고생 팔자 타고나면 열 번 가도 고생이네.

이팔청춘 젊은 과부들아

내 말 듣고 다시 시집 가지 말게.

아무 동네 화령댁은

스물하나에 혼자 되어

단양으로 개가를 했다더니

겨우 다섯 달 살다가서

제가 먼저 죽었으니

그건 오히려 낫지마는

아무 동네 장림댁은 갓 스물에 과부 되어

제가 봄볕을 못 이겨서

봄볕 찾아 가더니만

몹쓸병이 달려들어 앉은뱅이 되었다네.

아무 마을 안동댁도

열아홉에 남편상 당하고서

제가 공연히 미친 듯이 날뛰다가

내성으로 간다더니 서방놈에게 매를 맞아

골병이 들어서 죽었다네.

아무 집의 월동댁도 스물둘에 과부 되어

제 집 소실 모함하고 예천으로 가더니만

전처 자식 몹시도 구박하다

서방에게 쫓겨나고

아무 곳에 단양이네 갓 스물에 가장 죽고

남의 첩 가더니만 큰어미가 사나워서

하루 종일 일년 내내 싸우다가

비상을 먹고 죽었다네.

이 사람네 이리 될 줄 온 세상이 아는 바라.

그 사람네 개가할 때 잘 되자고 갔지마는

팔자는 고쳤으나 고생은 못 고치데.

 

고생을 못 고칠 때 그 사람도 후회하리.

후회한들 어찌할꼬, 죽을 고생 아니 하니

내 고생을 남 못 주고 남의 고생 안 하나니

큰 고생을 안 할 사람 남편부터 아니 잃지.

제 고생을 제가 하지 내 고생을 뉘가 할꼬.

남편상부터 치루는 사람

큰 고생을 하느니라.

 

분명하게 알 수 있어 생각하되

개가해서 잘되는 이 백에 하나 아니 되네.

부디부디 가지 말게.

개가 가서 고생보다 수절 고생 호강이니

수절로 고생하는 사람

남이라도 귀히 보고

개가로 고생하는 사람

남이라도 그르게 본다네.

고생 팔자 고생이니

오래 살고 못 살고는 상관없지.

죽을 고생 하는 사람 칠팔십도 살아 있고

부귀호강 하는 사람 이팔청춘 일찍 죽어

고생하는 사람 덜 살지 않고

호강하는 사람 더 살지 않네.

고생이라도 한이 있고 호강이라도 한이 있어

호강살이 제 팔자요, 고생살이도 제 팔자라.

남의 고생 꿔다 하나 한탄한들 무엇할꼬.

내 팔자가 사는 대로 내 고생이 닫는 대로

좋은 일도 그뿐이요, 그른 일도 그뿐이라.

 

춘삼월 좋은 시절 화전놀이 왔거들랑

꽃빛일랑 곱게 보고 새소리는 좋게 듣고

밝은 달은 예사로 보며 맑은 바람 시원하다.

좋은 동무 좋은 놀이 서로 웃고 놀다 보소.

사람의 눈이 이상하여

제대로 보면 관계치 아니한데

고운 꽃도 새겨보면 눈이 캄캄 안 보이고

귀도 또한 별일이니

그대로 들으면 괜찮은 걸

새소리도 고쳐 듣고 슬픈 마음 절로 나네.

마음 심자가 제일이라.

단단하게 맘 잡으면 꽃은 절로 피는 거요

새는 예사 우는 거요, 달은 매양 밝은 거요

바람은 일상 부는 거라.

마음만 예사로 태평하면

예사로 보고 예사로 듣지

보고 듣고 예사 하면 고생될 일 별로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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