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운문)/덴동어미화전가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1부 _ 2.봄날의 화전놀이

New-Mountain(새뫼) 2020. 10. 2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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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부

 

2. 봄날의 화전놀이

 

순흥이라 비봉산은 이름 좋고 놀기 좋아

골골마다 꽃빛이요, 등성이마다 꽃이로세.

호랑나비 범나비야 우리 같이 화전하나.

두 날개를 툭툭 치며

꽃송이마다 밟고 날아오르네.

사람 간 데 나비 가고 나비 간 데 사람 가니,

이리 가나 저리 가나 간 곳마다 동행하네.

 

꽃아 꽃아, 진달래꽃아.

네가 진실로 참꽃이로구나.

산으로 이른다면 두견산은

귀촉도 귀촉도 관중이요,

새로 이른다면 두견새는

불여귀 불여귀 산중이요,

꽃으로 이른다면 두견화는

불긋불긋 온 산에 가득이라.

곱고 곱다 진달래요, 사랑하다 진달래요,

넓게 퍼진 진달래요, 갖은 빛깔 진달래라.

치마 앞에 따 담으며 바구니에도 따 담으니

한 줌 따고 두 줌 따니

봄빛이 바구니 속에 곱게 머무르고

그중에 제일 좋은 꽃송이 뚝뚝 꺾어

양쪽 손에 갈라 쥐었으나

잡아 뜯을 마음이 전혀 없어

향기롭고 이상하다.

손으로 덥석 쥐어도 보고

몸에다 툭툭 털어도 보고

낯에다 살짝 문대어도 보고

입으로 함빡 물어도 보고

저기 저 새댁 이리로 오게.

고와라 고와라, 꽃도 고와라.

노을처럼 고운 빛은 자네 얼굴 비슷하이.

방실방실 웃는 모양 자네 모양 방불하이.

고양이의 속 수염은 자네 눈썹 똑같으이.

아무래도 딸 맘 없어

뒷머리에 살짝 꽂아 놓았더니,

앞으로 보아도 꽃과 같은 모습이요,

뒤로 보아도 꽃이로다.

 

상단이는 꽃 데치고, 삼월이는 가루즙 풀고

취단이는 불 넣어라, 향단이가 떡 굽는다.

맑은 시내 넓은 바위 펼쳐진 곳에

노소 갈라 자리를 펼치고

꽃 떡을 한편으로 드리나마

노인부터 먼저 드리어라.

엿과 떡과 함께 먹으니

향기에 그 맛이 더욱 좋다.

배 두드려 실컷 먹고 서로 보고 하는 말이

일년 한번 화전 놀음 여자 놀음 제일일세.

노고지리 쉰 길 높이 떠 빌빌밸밸 피리 불고

오고 가는 뻐꾸기는 뻐꾹뻐꾹 버꾸 치고

봄빛 속에 잠자던 꾀꼬리는

좋은 노래 부르면서 벗을 찾고

호랑나비 범나비는 머리 위에 춤을 추고

말 잘하는 앵무새는 잘도 논다 치하하고

천 년 만에 날아온 학두루미

요지연인가 의심하네.

어떤 부인 글 잘해서 내칙편을 외워 내고

어떤 부인 흥이 나서 칠월편을 노래하고

어떤 부인 목성 좋아 화전가를 잘도 부르네.

그중에도 덴동어미 멋 나게도 잘도 노니

춤도 추며 노래하니 웃음소리 낭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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