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부
5. 귀향
덴동이를 들쳐 업고 본 고향에 돌아오니
이전의 강산은 옛모습 그대로나
인정 물정은 다 변했네.
우리 집은 터만 남아 쑥대밭이 되었구나.
아는 이는 하나 없고 모르는 이뿐이로다.
그늘 맺던 은행나무
변치 않고 내 돌아오기 기다려 주었구나.
난데없이 두견새가 머리 위에 둥둥 떠서
불여귀 불여귀 슬피 우니
서방님 죽은 넋이로다.
새야 새야, 두견새야. 내가 올 줄 어찌 알고
여기 와서 슬피 울어 내 설움을 불러내나.
반가워서 울었던가, 서러워서 울었던가.
서방님의 넋이거든 내 앞으로 날아오고
임의 넋이 아니거든 아주 멀리 날아가게.
두견새가 펄쩍 날아 내 어깨에 앉아 우니
임의 넋이 분명하다, 애고 탐탐 반가워라.
나는 살아 육신이 왔네.
넋이라도 반가워라.
근 오십 년 이곳에서 나 오기를 기다렸나.
어이할꼬, 어이할꼬.
아무리 뉘우쳐도 어찌 못해 어이할꼬야
새야 새야, 울지 말라. 새 보기도 부끄러워
내 팔자를 마음에 새겼다면
새 보기도 부끄럽지 않지.
처음에 당초에 친정 와서
서방님과 함께 죽어
저 새처럼 암수 되어 천만 년이나 살아볼 걸
내 팔자에 내가 속아
기어이 한번 살아보려고
첫째 낭군은 그네에 죽고
둘째 낭군은 괴질에 죽고
셋째 낭군은 물에 죽고
넷째 낭군은 불에 죽어
이내 한번 잘 못 살고 내 팔자가 그만일세.
첫째 낭군 죽을 때에
나도 한 가지 죽었거나
살더라도 수절하고
다시 시집 가지나 말았다면
산을 보아도 부끄럽지 아니하고
저 새 보아도 염치가 없지 않지.
살아 생전 못된 사람
죽어서 귀신되도 몹쓸 귀신이로다.
나도 수절 하였다면 열녀각은 못 세워도
남이라도 칭찬하고 불쌍하게 생각할 걸
남이라도 욕할 거라.
친정 일가인들 반가워할까.
잔디밭에 멀거니 앉아
한바탕 실컷 울다 가니
모르는 할머니 나오면서
어떤 사람이 슬피 우나.
울음 그치고 말을 하게. 사정이나 들어보세.
내 슬픔을 못 이겨서 이곳에 와 우나이다.
무슨 설움인지 모르거니와
어찌 그리 서러워하나.
노인일랑 들어가오, 내 슬픔 알아 쓸데없소.
조그만 인사도 못 차리고
땅을 후비면서 자꾸 우니
그 노인이 민망하여 곁에 앉아 하는 말이
간 곳마다 그러한가, 이곳 와서 더 서러운가.
간 곳마다 그러리까, 이곳 오니 더 서럽소.
저 터에 살던 임상찰이
지금은 어찌 사나이까.
그 집이 벌써 결단 나고
지금은 아무도 없느니라.
더군다나 통곡하니
그 집을 어찌 알았던가.
저 터에 살던 임상찰이 우리 집과 오촌이라
자세히 본들 알 수 있나,
아무 형님이 아니신가.
달려들어 두 손 잡고 통곡하며 슬퍼하니
그 노인도 알지 못해
형님이란 말이 웬말인고.
그러나 저러나 들어가세.
손목 잡고 들어가니 청삽사리 컹컹 짖어
난 모른다고 소리치고
큰 대문 안 거위 한 쌍이 거욱거욱 달려드네.
안방으로 들어가니
늙으나 젊으나 알 수 있나.
부끄러워 앉았다가 그 노인과 한데 자며
이전 이야기 대강 하고 신세타령 다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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