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덴동어미화전가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2부 _ 5.귀향

New-Mountain(새뫼) 2020. 10. 22. 08:41
728x90

제  2  부

 

5. 귀향

 

덴동이를 들쳐 업고 본 고향에 돌아오니

이전의 강산은 옛모습 그대로나

인정 물정은 다 변했네.

우리 집은 터만 남아 쑥대밭이 되었구나.

아는 이는 하나 없고 모르는 이뿐이로다.

그늘 맺던 은행나무

변치 않고 내 돌아오기 기다려 주었구나.

 

난데없이 두견새가 머리 위에 둥둥 떠서

불여귀 불여귀 슬피 우니

서방님 죽은 넋이로다.

새야 새야, 두견새야. 내가 올 줄 어찌 알고

여기 와서 슬피 울어 내 설움을 불러내나.

반가워서 울었던가, 서러워서 울었던가.

서방님의 넋이거든 내 앞으로 날아오고

임의 넋이 아니거든 아주 멀리 날아가게.

두견새가 펄쩍 날아 내 어깨에 앉아 우니

임의 넋이 분명하다, 애고 탐탐 반가워라.

나는 살아 육신이 왔네.

넋이라도 반가워라.

근 오십 년 이곳에서 나 오기를 기다렸나.

어이할꼬, 어이할꼬.

아무리 뉘우쳐도 어찌 못해 어이할꼬야

새야 새야, 울지 말라. 새 보기도 부끄러워

내 팔자를 마음에 새겼다면

새 보기도 부끄럽지 않지.

 

처음에 당초에 친정 와서

서방님과 함께 죽어

저 새처럼 암수 되어 천만 년이나 살아볼 걸

내 팔자에 내가 속아

기어이 한번 살아보려고

첫째 낭군은 그네에 죽고

둘째 낭군은 괴질에 죽고

셋째 낭군은 물에 죽고

넷째 낭군은 불에 죽어

이내 한번 잘 못 살고 내 팔자가 그만일세.

첫째 낭군 죽을 때에

나도 한 가지 죽었거나

살더라도 수절하고

다시 시집 가지나 말았다면

산을 보아도 부끄럽지 아니하고

저 새 보아도 염치가 없지 않지.

살아 생전 못된 사람

죽어서 귀신되도 몹쓸 귀신이로다.

나도 수절 하였다면 열녀각은 못 세워도

남이라도 칭찬하고 불쌍하게 생각할 걸

남이라도 욕할 거라.

친정 일가인들 반가워할까.

 

잔디밭에 멀거니 앉아

한바탕 실컷 울다 가니

모르는 할머니 나오면서

어떤 사람이 슬피 우나.

울음 그치고 말을 하게. 사정이나 들어보세.

내 슬픔을 못 이겨서 이곳에 와 우나이다.

무슨 설움인지 모르거니와

어찌 그리 서러워하나.

노인일랑 들어가오, 내 슬픔 알아 쓸데없소.

 

조그만 인사도 못 차리고

땅을 후비면서 자꾸 우니

그 노인이 민망하여 곁에 앉아 하는 말이

간 곳마다 그러한가, 이곳 와서 더 서러운가.

간 곳마다 그러리까, 이곳 오니 더 서럽소.

저 터에 살던 임상찰이

지금은 어찌 사나이까.

그 집이 벌써 결단 나고

지금은 아무도 없느니라.

더군다나 통곡하니

그 집을 어찌 알았던가.

저 터에 살던 임상찰이 우리 집과 오촌이라

자세히 본들 알 수 있나,

아무 형님이 아니신가.

달려들어 두 손 잡고 통곡하며 슬퍼하니

그 노인도 알지 못해

형님이란 말이 웬말인고.

그러나 저러나 들어가세.

 

손목 잡고 들어가니 청삽사리 컹컹 짖어

난 모른다고 소리치고

큰 대문 안 거위 한 쌍이 거욱거욱 달려드네.

안방으로 들어가니

늙으나 젊으나 알 수 있나.

부끄러워 앉았다가 그 노인과 한데 자며

이전 이야기 대강 하고 신세타령 다 못하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