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부
2. 봄 춘자 노래
앉아 울던 청춘과부
환하게 모두 다 깨달아서
덴동어미 말 들으니
말씀마다 하나하나 모두 옳아
이내 수심 풀어내어 이리저리 부쳐보세.
이팔청춘 이내 마음 봄 춘자로 부쳐두고
꽃 같고 달 같은 이내 얼굴
꽃 화자로 부쳐두고
술술 나는 긴 한숨은
가랑비와 봄바람에 부쳐두고
밤이나 낮이나 숱한 수심
우는 새나 가져가게 .
마음속에 쌓인 근심
복숭아꽃 흐르는 물로 씻어볼까.
천만 겹이나 쌓인 시름
웃음 끝에 하나도 남지 않았다네.
굽이굽이 깊은 시름 그 말끝에 술술 풀려
한겨울 눈보라에 쌓인 눈이
봄 춘자 만나 실실 녹네.
자네 말은 봄 춘자요, 내 생각은 꽃 화자라.
봄 춘자 만나 꽃 화자요
꽃 화자 만나 봄 춘자라.
얼씨구나 좋을시고, 좋을시고 봄 춘자.
화전놀이 봄 춘자.
봄 춘자 노래 들어보소.
가련하다 이팔청춘 내게 마땅한 봄 춘자
늙어 다시 돌아와서 고향에서 봄 맞으니
덴동어미 봄 춘자.
노인들은 한곁 같은 봄인 듯 장수하니
우리 부모님 봄 춘자.
계수나무 잎 가득하여 우리 집에 봄이 오니
우리 자손의 봄 춘자.
금가지에 옥 잎 나서 궁궐에도 봄이 오니
우리 임금님의 봄 춘자.
구름 되고 비가 되어 만나나니
서왕모의 봄 춘자.
여덟 선녀 즐거운 꿈 구운몽의 꿈을 꾸니
구운몽 성진의 봄 춘자.
봉구황곡 들으면서 비로소 깨달으니
영양공주 정경패의 봄 춘자.
신령한 까치 날아 기쁜 소식 알려주니
난양공주 이소화의 봄 춘자.
세다섯 별 드문드문 정히 동녘에 떠 있으니
진채봉의 봄 춘자.
귀신인 듯 신선인 듯 걸음걸음 하였으니
가춘운의 봄 춘자.
당대의 문장이 스스로 다 모였으니
계섬월의 봄 춘자.
절색으로 하북에서 이름을 드날리니
적경홍의 봄 춘자.
옥문관 밖 봄빛이 이미 가득하니,
심요연의 봄 춘자.
청수담 밖 그윽한 골짜기의
백릉파의 봄 춘자.
온 우주가 다 봄이니
제일 좋은 봄 춘자.
고향 가는 도중에 늦봄임을 알게 됨은
말 위 나그네의 봄 춘자.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아니하니.
왕소군의 봄 춘자.
그대를 전송하며 겸해 봄을 전송하는
이별하는 봄 춘자
해 지는 집집마다 봄이었는데
천리 길 나그네의 봄 춘자.
누각에 올라 고향 봄을 그리워하니
강 위 나그네의 봄 춘자.
다섯 그루 버드나무에 봄 오는 줄 몰랐던
도연명의 봄 춘자 .
누런 모래 흰 풀에 본래 봄이 오지 않는
머나먼 만리 변방의 봄 춘자.
따뜻한 봄볕이 줄지 않으니
고국을 생각한 봄 춘자.
큰 소리로 시 읊으며 동정호를 지나가는
여동빈의 봄 춘자.
오호의 조각배에 몸을 가득 실었으니
월서시의 봄 춘자.
머리 돌려 한번 웃자 육궁에 봄이 오니
양귀비의 봄 춘자.
주상 얼굴 고우시니 온 세상의 봄이로다.
태평하고 편안한 세상의 봄 춘자.
술에 취해 서른 번의 봄이 지났으니
이태백의 봄 춘자.
고깃배를 거슬러 타고 봄산을 즐기노니
바뀌지 않는 신선의 땅 봄 춘자.
양자강 나루터에 봄 버들이 하늘거리니
문양으로 돌아가는 슬픈 객의 봄 춘자.
복숭아꽃 오얏꽃은 봄날 잠시 피었나 지니
기생집의 젊은 기생 봄 춘자.
천하가 태평한 봄은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아가는 봄 춘자.
바람이 연 향기를 물가로 실어오는 봄은
고소대 아래에서 잔치하는 봄 춘자.
온갖 봄꽃 향기 한데 섞여 진동하는
비 그친 수많은 봉우리의 봄 춘자.
만리강산에 봄이 끝없으니
산으로 나들이하는 봄 춘자.
산 아래 산 중턱에 꽃 빛깔이 붉었으니
홍정골댁 봄 춘자.
냇물에 달이 뜨니 꿈인가 꽃이런가.
골내댁네 봄 춘자.
밝은 모래 십 리인데 해당화가 피었으니
새내댁네 봄 춘자.
밝고 밝은 복숭아꽃 가득 피었나니
도화동댁 봄 춘자.
목동이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니
행정댁네 봄 춘자.
홍도화가 집집마다 가득 피었으니
도지미댁네 봄 춘자.
배꽃이 골짜기에 가득 피었으니
희여골댁네 봄 춘자.
마을마다 연기가 올라오는 이월이니
연동댁네 봄 춘자.
마을마다 수양버들 늘어져서 푸르르니
오양골댁네 봄 춘자.
비 그치고 무지개가 서로 어울리니
홍다리댁 봄 춘자.
따뜻하고 온화한 기운 집집마다 오래가니
안동댁네 봄 춘자.
새 울음 가득하여 골짜기 에 또렷하니
소리실댁 봄 춘자.
아름다운 연꽃이 맑은 물에서 나왔으니
놋점댁네 봄 춘자.
비 그친 다리에서 샛별이 바라보니
청다리댁 봄 춘자.
강남에서 연꽃을 따려하니
남동댁네 봄 춘자.
영산홍의 꽃 그림자 어리노니
영출댁네 봄 춘자.
따뜻한 봄 온갖 생명 산을 붉게 물드리니
질막댁네 봄 춘자.
아득한 강가에는 가랑비가 내리는데
우수골댁 봄 춘자.
십리 긴 숲은 화려한 옷 걸쳤으니
단양댁네 봄 춘자.
맑은 바람 살살 불어 청풍댁네 봄 춘자
비온 덕에 꽃이 핀다,
닥고대댁네 봄 춘자.
바람 끝에 봄이 온다 풍기댁네 봄 춘자.
비봉산의 봄 춘자 화전놀이 흥이 나네.
봄 춘자로 노래하니 좋을시고 봄 춘자.
봄 춘자가 못 가게 실버들로 꼭 조여매게.
봄날이 나그네처럼 지나간다.
앵무새야 만류해라.
바람아 불지 마라.
뜰 가득한 복숭아꽃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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