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앉았은들 임이 오며 누웠은들 잠이 오랴 이때 춘향이 하릴없어 자던 침실로 들어가서 “향단아. 구슬발 걷고 자리 밑에 베개 놓고 문 닫아라. 도련님을 살아서 만나보기 아득하니 잠이나 들면 꿈에 만나 보자. 예로부터 이르기를 꿈에 와 보이는 임은 믿음이 없다고 일렀건만 답답히 그릴진대 꿈 아니면 어이 보리.” 꿈아 꿈아. 네 오너라. 첩첩이 쌓인 근심 한이 되어 꿈에 들지 못하면은 어이하랴. 애고 애고, 내 일이야. 인간 이별 모든 일 중에서 홀로 있는 빈방이 더욱 섧다. 그리워도 못 보는 이내 마음 그 뉘라서 알아주리. 미친 마음 이런저런 흐트러진 근심 후려쳐 다 버려두고 자나 누우나 먹고 깨나 임 못 보아 가슴 답답 어리는 고운 모습 고운 소리 귀에 쟁쟁 보고 지고 보고 지고 임의 얼굴 보고 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