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열녀춘향수절가

(완판)열녀춘향수절가 - II. 사랑 (5/5)

New-Mountain(새뫼) 2020. 7. 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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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내 너를 업었으니 너도 나를 업어야지

 

춘향이 반만 웃고

“그런 잡담은 마시오.”

“그게 잡담 아니로다. 춘향아 우리 둘이 업음질이나 하여보자.”

“애고 참 잡스럽고 상스러워라. 업음질을 어떻게 하여요.”

업음질 여러 번 해 본 것처럼 말하던 것이었다.

“업음질 천하 쉬우니라. 너와 나와 훨씬 벗고 업고 놀고 안고도 놀면 그게 업음질이지야.”

“애고 나는 부끄러워 못 벗겠소.”

“에라 요 계집아이야 안 될 말이로다. 내 먼저 벗으마.”

버선, 대님, 허리띠, 바지, 저고리 훨씬 벗어 한 편 구석에 밀쳐 놓고 우뚝 서니 춘향이 그 거동을 보고 삥긋 웃고 돌아서며 하는 말이

“영락없는 낮도깨비 같소.”

“오냐 네 말 좋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짝 없는 게 없느니라. 두 도깨비 놀아보자.”

“그러면 불이나 끄고 노사이다.”

“불이 없으면 무슨 재미 있겠느냐. 어서 벗어라. 어서 벗어라.”

“애고 나는 싫어요.”

도련님 춘향 옷을 벗기려 할 제 넘놀면서 어룬다. 사방이 첩첩이 둘러싸인 푸른 산에 늙은 범이 살찐 암캐를 물어다 놓고 이는 없어 먹지는 못하고 흐르릉 흐르릉 아웅 어루는 듯, 북해의 흑룡이 여의주를 입에다 물고 빛 좋은 구름 사이에서 넘노는 듯, 단산의 봉황이 대나무 열매 물고 오동나무 속에 넘노는 듯, 먼 연못에서 푸른 학이 난초를 물고서 오동나무와 소나무 사이에서 넘노는 듯, 춘향의 가는 허리를 후리쳐다 담쏙 안고 기지개 아드득 떨며 귓밥도 쪽쪽 빨며 입술도 쪽쪽 빨면서 주홍 같은 혀를 물고,

오색으로 단청한 순금 장롱 안에 쌍거쌍래 비둘기같이 꾹꿍 끙끙 으흥거려 뒤로 돌려 담쏙 안고 젖을 쥐고 발발 떨며, 저고리 치마 바지 속곳까지 훨씬 벗겨놓으니, 춘향이 부끄러워 한편으로 다리를 겹쳐 포개고 앉았을 제, 도련님 답답하여 가만히 살펴보니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구슬땀이 송실송실 앉았구나.

“이 애, 춘향아 이리 와 업히거라.”

춘향이 부끄러워하니

“부끄럽기는 무엇이 부끄러워. 이왕에 다 아는 바이니 어서 와 업히거라.”

춘향을 업고 치키시며

“어따 그 계집아이 엉덩이 장히 무겁다. 네가 내 등에 업히니까 마음이 어떠하냐?”

“한껏 나게 좋소이다.”

“좋냐?”

“좋아요.”

“나도 좋다. 좋은 말을 할 것이니 네가 대답만 하여라.”

“말씀 대답하올테니 하여 보옵소서.”

“네가 금이지야?”

“금이라니 당치 않소. 초나라와 한나라가 팔 년 동안 서로 싸우던 험한 시절에 여섯 번의 기이한 계책으로 진평이가 범아부를 잡으려고 황금 사만을 흩었으니 금이 어이 남으리까.”

“그러면 진옥이냐?”

“옥이라니 당치 않소. 만고영웅 진시황이 형산의 옥을 얻어 이사의 글씨로 하늘에서 명을 받았으니 그 수명이 영원히 번창하리라. 옥새를 만들어서 영원히 후손에게 물려주었으니 하였으니 옥이 어이 되오리까.”

“그러면 네가 무엇이냐. 해당화냐?”

“해당화라니 당치 않소. 명사십리 아니거든 해당화가 되오리까.”

“그러면 네가 무엇이냐? 밀화, 금패, 호박, 진주냐?”

“아니 그것도 당치 않소. 삼정승 육판서, 대신 재상, 팔도 관찰사 수령님네 갓끈 풍잠 다 하고서 남은 것은 서울과 시골의 이름난 기생들의 가락지 여러 벌 무수히 다 만드니 호박 진주 부당하오.”

“네가 그러면 대모 산호냐?”

“아니 그것도 내 아니오. 대모 갈아 큰 병풍, 산호로 난간하여 광리왕 상량문에 수궁의 보물이 되었으니 대모 산호가 부당이오.”

“네가 그러면 반달이냐?”

“반달이라니 당치 않소. 오늘 밤 초생 아니거든 푸른 하늘에 돋은 밝은 달이내가 어찌 그것이오리까.”

“네가 그러면 무엇이냐. 날 호려 먹는 불여우냐? 네 어머니 너를 낳아 곱도 곱게 길러내어 나만 호려 먹으라고 생겼느냐. 사랑 사랑 사랑이야, 내 간간 내 사랑이야. 네가 무엇을 먹으려느냐. 생밤, 삶은 밤을 먹으려느냐. 둥글둥글 수박 위 꼭지 대모장도 드는 칼로 뚝 떼고 강릉 흰 꿀을 두루 부어 은수저 반간저로 붉은 점 한 점을 먹으려느냐.”

“아니 그것도 내사 싫소.”

“그러면 무엇을 먹으려느냐. 시금털털 개살구를 먹으려느냐?”

“아니 그것도 내사 싫소.”

“그러면 무엇을 먹으려냐. 돼지 잡아 주랴 개 잡아 주랴. 내 몸 통째 먹으려느냐.”

“여보 도련님. 내가 사람 잡아먹는 것 보았소?”

“예라 요것 안될 말이로다. 어화둥둥 내 사랑이지. 이 애 그만 내리려무나. 모든 일에 다 품앗이가 있느니라. 내가 너를 업었으니 너도 나를 업어야지.”

“애고 도련님은 기운이 세어서 나를 업었거니와 나는 기운이 없어 못 업겠소.”

“업는 수가 있느니라. 나를 돋워 업으려 말고 발이 땅에 닿을 듯 말 듯하게 뒤로 젖힌 듯하게 업어 다오.”

도련님을 업고 툭 추켜 놓으니 눈대중이 틀렸구나.

“애고 잡스럽고 상스러워라.”

이리 흔들 저리 흔들,

“내가 네 등에 업혀 놓으니 마음이 어떠하냐. 나도 너를 업고 좋은 말을 하였으니 너도 나를 업고 좋은 말을 하여야지.”

“좋은 말을 하오리다 들으시오.

부열이를 업은 듯, 여상이를 업은 듯,

가슴 속에 큰 계략을 품었으니.

명망이 온 나라에 가득한 큰 신하 되어

나라의 중요한 신하.

나라를 구하는 충성스러운 신하 모두 헤아리니

사육신을 업은 듯,

생육신을 업은 듯,

해 선생 달 선생

고운 최지원 선생을 업은 듯,

제봉 고경명 장군을 업은 듯,

요동백 깅응하 장군을 업은 듯,

송강 정철을 업은 듯,

충무공 이순신을 업은 듯,

우암 송시열, 퇴계 이황, 사계 김장생, 명재 윤증을 업은 듯,

내 서방이지 내 서방.

알뜰 간간 내 서방.

진사 급제 밑받침하여

곧바로 승정원의 주서와 예문관의 한림학사

이렇듯이 된 연후

승정원의 부승지 좌승지 도승지로

정삼품 당상관 벼슬아치가 되어

팔도 관찰사를 지낸 후

조정 안의 관직으로

규장각의 각신과 대교 거쳐 정승이 될 만하고

홍문관의 대제학, 성균관의 대사성,

육조 판서, 좌의정, 우의정, 영의정

규장각 하신 후에

내직으로 삼천 벼슬, 외직으로 팔백 벼슬

나라의 중요한 신하

내 서방 알뜰 간간 내 서방이지.”

 

제 손수 진물나게 문질렀구나.

“춘향아 우리 말놀음이나 좀 하여보자.”

“애고 참 우스워라. 말놀음이 무엇이오?”

말놀음 많이 하여 본 성 부르게.

“천하에 쉽지야. 너와 나와 벗은 김에 너는 온 방바닥을 기어 다녀라. 나는 네 궁둥이에 딱 붙어서 네 허리를 잔뜩 끼고 볼기짝을 내 손바닥으로 탁 치면서 이리하거든, 흐흥거려 갑자기 당겼다가 물러서며 뛰어라. 야무지게 뛰게 되면 승 자 노래가 있느니라.”

“타고 놀자 타고 놀자.

헌원씨가 창과 방패 쓰는 법을 능히 익혀 사방에서 큰 안개를 일으키는 치우를 탁녹야에서 사로잡고 승전고를 울리면서 지남거를 높이 타고,

하우씨 구 년 홍수를 다스릴 제 육지에서 오가는 수레를 높이 타고,

적송자 구름 타고

여동빈 백로 타고,

이태백은 고래 타고,

맹호연은 나귀 타고,

태을선인은 학을 타고,

중국의 천자는 코끼리 타고,

우리 전하는 연을 타고,

삼정승은 평교자를 타고,

육판서는 초헌 타고,

훈련대장은 수레 타고,

각읍 수령은 독교 타고,

남원부사는 특별히 만든 가마를 타고,

해 질 무렵의 강가에서 고기 잡는 늙은이들은 한 조각 작은 배를 거침없이 타고,

나는 탈 것 없었으니, 오늘 밤 삼경 깊은 밤에 춘향 배를 넌짓 타고,

홑이불로 돛을 달아 내 기계로 노를 저어 오목한 섬을 들어가되, 순풍에 음양수를 시름없이 건너갈 제, 말을 삼아 탈 양이면 걸음걸이 없을쏘냐.

마부는 내가 되어 네 말구종을 넌지시 잡아 구종이 부산하게 걷는 걸음으로 부산하게 화장을 벌리고 뚜벅뚜벅 걸어라. 잘 잘리는 말이 뛰듯 뛰어라.”

온갖 장난을 다 하고 보니 이런 장관이 또 있으랴. 이팔 이팔 둘이 만나 미친 마음 세월 가는 줄 모르던가 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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