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총람(산문)/열녀춘향수절가

(완판)열녀춘향수절가 - III. 이별 (4/4)

New-Mountain(새뫼) 2020. 7. 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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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앉았은들 임이 오며 누웠은들 잠이 오랴

 

이때 춘향이 하릴없어 자던 침실로 들어가서

“향단아. 구슬발 걷고 자리 밑에 베개 놓고 문 닫아라. 도련님을 살아서 만나보기 아득하니 잠이나 들면 꿈에 만나 보자. 예로부터 이르기를 꿈에 와 보이는 임은 믿음이 없다고 일렀건만 답답히 그릴진대 꿈 아니면 어이 보리.”

 

꿈아 꿈아. 네 오너라.

첩첩이 쌓인 근심 한이 되어

꿈에 들지 못하면은 어이하랴.

애고 애고, 내 일이야.

인간 이별 모든 일 중에서

홀로 있는 빈방이 더욱 섧다.

그리워도 못 보는 이내 마음

그 뉘라서 알아주리.

미친 마음 이런저런

흐트러진 근심

후려쳐 다 버려두고

자나 누우나 먹고 깨나

임 못 보아 가슴 답답

어리는 고운 모습

고운 소리 귀에 쟁쟁

보고 지고 보고 지고

임의 얼굴 보고 지고

듣고 지고 듣고 지고

음의 소리 듣고 지고

전생에 무슨 원수로

우리 둘이 생겨나서

그리움에 한곳에 만났다가

잊지 말자 처음 맹세,

죽지 말고 한곳에 있어

백년기약 맺은 맹세

값비싼 구슬과 옥이 꿈 밖이요

세상사 모든 일에 관계하랴.

근원 흘러 물이 되고

깊고 깊고 다시 깊고

사랑 모여 뫼가 되어

높고 높고 다시 높아

끊어질 줄 모르거든

무너질 줄 어이 아리.

귀신이 방해하고

조물주의 시기로다.

하루아침 낭군을 이별하니

어느 날에 만나 보리.

온갖 시름 맺힌 한이 가득하여

끝끝내 서러워 우노매라.

꽃다운 얼굴 구름 같은 머리결이 헛되이 늙어가니

세월이 무정이라.

오동나무 가을밤에 달 밝을 제

어이 그리 더디 새며

우거진 나무 향기로운 풀들이 비낀 곳에

해는 어이 더디 가는고.

이 그리움 아신다면

임도 나를 그리련만

빈방 홀로 지키면서 홀로 누워

다만 한숨 벗이 되고

아홉 굽이 간장이 굽이 썩어

솟아나니 눈물이라.

눈물 모여 바다 되고

한숨지어 맑은 바람 일어나면

조각배 만들어 타고

한양 낭군 찾으련만

어이 그리 못 보는고.

근심 적정 달 밝은 때

마음을 불살라서 부엌신께 비옵나니

쓸쓸한 꿈이로다.

높이 걸린 달빛 아래 두우 별은

임 계신 곳 비치련만

마음속에 앉은 수심

나 혼자뿐이로다.

밤빛은 아득한데

아득하게 비치는 게

창밖의 반딧불이로다.

밤은 깊어 삼경인데

앉았은들 임이 올까.

누웠은들 잠이 오랴.

임도 잠도 아니 온다.

이 일을 어이하리.

아마도 원수로다.

기쁨 뒤에 슬픔 오고 고생 뒤에 즐겁기는

예로부터 있건마는

기다림도 적지 않고

그린 지도 오래건만

한 토막의 간과 창자

굽이굽이 맺힌 한을

임 아니면 뉘라 풀꼬.

밝은 하늘 굽어 살피하사

수이 보게 하옵소서.

다하지 못한 사랑 다시 만나

백발이 다 닳도록

이별 없이 살고지고.

묻노라, 푸른 물과 푸른 산아.

우리 임 초췌한 행색을

슬프게 이별 한 후에

소식조차 끊어졌다.

사람이 목석이 아니거든

임도 응당 느끼리라.

애고 애고, 내 신세야.”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세월을 보내는데, 이때 도련님은 올라갈 제 숙소마다 잠 못 이뤄,

 

“보고지고 나의 사랑

보고지고 밤낮으로 잊지 못해

우리 사랑 날 보내고

그린 마음 속히 만나 풀으리라.”

 

날이 오래고 달이 깊어 갈수록 굳게 먹고 과거에서 첫째로 급제하기 바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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