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풍물한양가

한양가(한산거사) - 7.과거 _ 다.과거시행

New-Mountain(새뫼) 2020. 10. 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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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과거

 

다. 과거 시행

 

동동(瞳瞳) 일출 대명궁(大明宮)하니 오색운중(五色雲中) 가육룡(駕六龍)을

창검군(槍劍軍) 앞을 서고 선진(先陣)이 늘어섰다.

총관(摠管) 각신(閣臣) 모든 백관(百官) 걸어서 배종(陪從)한다.

의장(儀仗)이 앞을 서고 양산(陽傘)이며 교룡기(交籠旗)며

병조판서(兵曹判書) 금훤낭청(禁喧廊廳) 오위장(五衛將) 우림장(羽林將)과

가전(駕前)의 시위(侍衛)소리 길고도 늘어진다.

장악원(掌樂院) 일등 악생(樂生) 다홍관대(茶紅冠帶) 야자대(也字帶)에

선악(仙樂)을 길게 내니 여민동락(與民同樂) 화(和)할시고.

옥교(玉轎)로 오실 제 양산이 해를 가려

비슥이 받으시고 뒤에는 현무선(玄武扇)을

충의(忠毅)가 들었으며 키 큰 봉도별감(奉導別監)

갖은 시위(施威) 경필(警蹕)소리 갸륵하고 엄위(嚴威)하다.

협연시위(俠輦施威) 무예청(武藝廳)은 고개 숙여 하는 소리

듣기에도 청숙(淸淑)하고 보기에도 경존(敬尊)하다.

청양문(靑陽門) 나가실 제 대답 소리 웅장하다.

관풍각(觀豊閣) 지나시고 관덕정(觀德亭) 지나셔서

보탑(寶榻)에 전좌(殿座)하사 군병방위(軍兵方位) 정한 후에

어악(御樂)이 일어나며 모대(帽帶)한 환시(宦侍)네가

어제(御題)를 고이 들고 현제판(懸題板) 임하여서

홍마삭(紅麻索) 끈을 매어 일시에 올려 다니

만장중(滿場中) 선비들이 붓을 들고 달아난다.

각각 제 접(接) 찾아가서 책행담(冊行擔) 열어 놓고

해제(解題)를 생각하여 풍우(風雨)같이 지어내니

글 하는 거벽(巨擘)들은 귀귀(句句)이 읊어 내고

글씨 쓰는 사수(寫手)들은 시각을 못 머문다.

글 글씨 없는 선비 수종꾼(隨從-) 모양으로

공석(空席)에도 못 앉고도 글 한 장을 애걸(哀乞)한다.

부모 선생 권학(勸學)할 제 이런 토심(吐心) 모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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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동(瞳瞳): 아침 해가 빛나는 모양.

* 대명궁(大明宮): 궁궐이 밝아옴.

* 오색운거가륙룡(五色雲車駕六龍): “오색구름 수레에다 여섯 말에 멍에를 매었구나.” - 왕건(王建), <궁중사(宮中詞)>

* 창검군(槍劍軍): 창과 검을 쓰는 군사

* 선진(先陣): 본진 앞에 자리 잡거나 앞서서 나아가는 부대.

* 우림장(羽林將): 서얼 출신만으로 편성된 임금의 친위 부대인 우림위(羽林衛)를 거느리는 정삼품의 장수.

* 시위(侍衛): 임금을 모셔 호위함.

* 악생(樂生): 장악원의 좌방에 속하여 아악을 연주하던 사람.

* 야자대(也字帶): 궁중의 잔치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던 사내아이들이 두르던 ‘也’자처럼 생긴 띠.

* 선악(仙樂): 신선의 풍악.

* 옥교(玉轎): 임금이 타던 가마.

* 현무선(玄武扇): 현무가 그려진 부채.

* 충의(忠毅): 정오품 하의 무관 품계.

* 봉도별감(奉導別監): 임금이 거둥할 때 봉도를 선창하는 별감. ‘봉고’는 임금이 거둥할 때 그 거가를 편안하게 모시라고 별감이 소리를 외치며 호위하여 인도하던 일

* 경필(警蹕): 임금이 거둥할 때 경호하기 위하여 사람의 통행을 금하던 일.

* 협연(俠輦): 임금의 가마를 호위하는 일.

* 청숙(淸淑): 맑고 깨끗함.

* 경존(敬尊): 존경

* 청양문(靑陽門): 창덕궁 동쪽의 문.

* 관풍각(觀豊閣): 창덕궁 후원의 전각.

* 관덕정(觀德亭): 창경궁 춘당대 동쪽에 위치 했던 정자.

* 전좌(殿座): 임금이 정사를 볼 때나 신하를 맞을 때 정전(正殿)에 나와 앉는 일.

* 어악(御樂): 장악원의 악생(樂生)들이 연주하는 여민락

* 환시(宦侍): 내시.

* 어제(御題): 임금이 친히 보이던 과거의 글제.

* 홍마삭(紅麻索): 삼으로 꼰 붉은 밧줄.

* 만장중(滿場中): 회장(會場)에 가득 모임.

* 책행담(冊行擔): 예상 답안지와 참고서적 등이 들어 있는 책가방,

* 해제(解題): 문제를 풂.

* 거벽(巨擘): 학식이나 전문적인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

* 사수(寫手): 글씨를 베껴 쓰는 사람

* 권학(勸學): 학문에 힘쓰도록 권함.

* 토심(吐心): 남이 좋지 않은 낯빛이나 말투로 대할 때 느끼는 불쾌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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