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과거
나. 과장의 선비
선비의 거동 보소 반물 들인 모시 청포(靑袍)
검은 띠 둘러 띠고 유건(儒巾)에 붓 주머니
적서복중(積書腹中) 하였으니 수면앙배(睟面盎背) 하는구나.
기상이 청수(淸秀)하고 모양이 조촐하다.
집춘문(集春門) 월근문(月覲門)과 통화문(通化門) 홍화문(弘化門)에
부문(赴門)을 하는구나, 건장한 선접꾼(先接-)이
짧은 도포(道袍) 젖혀 매고 우산(雨傘)에 공석(空席) 쓰고
말뚝이며 말쟁이며 대로 만든 등을 들고
각색 글자 표를 하여 등(燈)을 보고 모여 섰다.
밤중에 문을 여니 각색 등이 들어 온다.
줄불이 펼쳤는 듯 새벽 별이 흐르는 듯.
기세는 백전(白戰)일세 빠르기도 살 같도다.
현제판(懸題板) 밑 설포장(設布帳)에 말뚝 박고 우산(雨傘)치고
휘장 치고 등을 꽂고 수종꾼(隨從-)이 늘어서서
접(接)마다 지키면서 엄포가 사나울사
그 외의 약한 선비 장원봉(壯元峰) 기슭이며
궁장(宮墻) 밑 생강(生薑) 밭에 잠복(潛伏) 치고 앉았으니
등불이 조요(照耀)하니 사월팔일(四月八日) 모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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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물: 검은빛을 띤 짙은 남빛.
* 청포(靑袍): 관원이 공복(公服)으로 입는 빛깔이 푸른 도포.
* 유건(儒巾): 검은 베로 만든 유생의 예관.
* 적서복중(積書腹中): 뱃속에 책을 숨겨둠.
* 수면앙배(睟面盎背): 윤기 있는 얼굴과 탐스러운 등이라는 뜻으로, 밝고 화평한 기운이 겉에 그대로 드러남을 이르는 말.
* 청수(淸秀): 얼굴이 깨끗하고 준수함.
* 집춘문(集春門): 성균관의 문묘가 마주 바라보이는 곳에 있는 창경궁 동북쪽 담장에 있는 궁문.
* 월근문(月覲門):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弘化門) 동북쪽에 있는 문.
* 통화문(通化門): 통화문은 창경궁 담장에 있는 작은 문.
* 홍화문(弘化門): 창경궁(昌慶宮)의 정문.
* 부문(赴門): 과거를 보기 위하여 과장(科場)에 들어가던 일.
* 선접꾼(先接-): 선접하기 위하여 과장에 데리고 들어가는 사람. ‘선접’은 남보다 먼저 시험장에 들어가 좋은 자리를 차지하던 일.
* 공석(空席): 비어 있는 자리.
* 말뚝이: 말을 부리는 양반의 하인
* 말쟁이: 추수 따위에서 마름을 대신하여 품삯을 받고 마질을 하여 주는 사람. ‘마질’은 곡식을 말로 되는 일.
* 줄불: 화약ㆍ염초ㆍ참숯 가루 등을 섞어 종이에 싸서 줄에다 죽 달아 놓은 불놀이 기구들
* 백전(白戰): 맨손으로 하는 싸움.
* 현제판(懸題板): 과거를 보일 때 문제를 써서 내걸던 널빤지.
* 설포장(設布帳): 집 밖에 치는, 베 또는 무명 따위로 만든 휘장.
* 수종군(隨從-): 남을 따라 다니며 곁에서 심부름 따위의 시중을 드는 사람.
* 접(接): 글방 학생이나 과거에 응하던 유생(儒生)의 동아리.
* 장원봉(壯元峰): 창경궁 근처의 언덕을 미화하여 표현한 듯.
* 궁장(宮墻): 궁성.
* 조요(照耀): 밝게 비쳐서 빛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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