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풍물한양가

한양가(한산거사) - 7.과거 _ 마.과거급제

New-Mountain(새뫼) 2020. 10. 1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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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과거

 

마. 과거 급제

 

과거(科擧)를 다 본 후에 선비의 거동 보소.

우산 접어 둘러메고 공석(空席) 싸서 옆에 끼고

장원봉(壯元峰) 언덕 위에 잠뽁이 모여 서서

방(榜) 나기 기다릴 제 보계판(補階板)을 바라보니

시관(試官)들과 육방승지(六房承旨) 어전(御前)에서 탁방(坼榜)한다.

설포장(設布帳) 지우고서 정원사령(政院使令) 불러내어

성명삼자(姓名三字) 써서 주니 정원사령 거동 보소.

잗주름 방패(防牌) 철릭 통영갓(統營-) 젖혀 쓰고

달음박질 내려올 제 만장중(滿場中) 선비 마음

심독희(心獨喜) 자부(自負)하여 가만히 듣는구나.

여럿이 묶어 질러 성명 삼자 호명(呼名)한다.

 

적덕(積德)한 뉘 집 자손 글 용한 어느 선비

십년등하(十年燈下) 죽을 공부 금일등과(今日登科) 하였는고.

바삐 불러 올라갈 제 망건(網巾)을 고쳐 쓰고

도포(道袍)를 갈아입고 여기 있다 소리 하니

수십 명 원령(院令)들이 일시에 달려들어

부액(扶腋)하고 올라가니 어약용문(魚躍龍門) 되었구나.

 

등과(登科)한 신은(新恩)들을 차차(次次)로 불러올려

어전(御前)의 예방승지(禮房承旨) 진퇴(進退)를 시키고서

사은삼배(賜恩三盃)하신 후에 얼굴에 희묵(戱墨)하고

몸에는 홍삼(紅衫)이요, 머리에는 어사화(御賜花)라.

 

좌우의 백관(百官)들이 금관(金冠)에 금잠(金簪) 꽂고

홍항라(紅亢羅) 고운 조복(朝服) 금환후수(金環後綬) 달았으며

양옆에 패옥(佩玉) 소리 걸음마다 쟁쟁(錚錚)하다.

시위군병(施威軍兵) 갑주(甲胄)하고 춘당대(春塘臺) 넓은 뜰에

득인진하(得人陣賀) 되는구나. 통례원(通禮院) 인의(引儀)들이

산호(山呼)를 높이 하니 천세(千歲) 천세 천천세(千千歲)라

구경도 장할시고, 문물(文物)도 거룩하다.

장원랑(壯元郞) 개(蓋)를 주고 그 남은 신은(新恩)들은

사복마(司僕馬) 좋은 말에 무동(舞童)주어 내보내니

궐문(闕門) 밖 나올 적에 기구(器具)도 장하도다.

아침에 선비러니 저녁에 선달(先達)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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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榜): 과거에 급제한 사람의 성명을 적던 책.

* 탁방(坼榜): 과거에 급제한 사람의 성명을 게시하던 일.

* 잗주름: 옷 등에 잡은 잔주름.

* 심독희(心獨喜) 자부(自負): 일의 잘 될 것을 믿고 혼자서 스스로 마음이 즐거움

* 적덕(積德): 은혜를 많이 베풀어 덕을 쌓음.

* 원령(院令): 정원사령

* 부액(扶腋): 곁부축.

* 등과(登科): 과거에 급제하던 일.

* 신은(新恩): 과거에 새로 급제한 사람.

* 진퇴(進退): 직위나 자리에서 머물러 있음과 물러남.

* 사은(賜恩): 임금이 신하에게 내려 주던 은총.

* 희묵(戱墨): 자기의 그림이나 글씨에 대한 겸칭.

* 홍삼(紅衫): 바탕에 검은 선을 두른, 조복(朝服)에 딸린 웃옷.

* 금관(金冠): 문무관이 조복을 입을 때 쓰던 관.

* 금잠(金簪): 금비녀.

* 홍항라(紅亢羅): 명주ㆍ모시ㆍ무명실 따위로 짠 피륙의 하나로 구멍이 송송 뚫어진 붉은 여름 옷감.

* 금환(金環): 금으로 만든 고리.

* 후수後綬): 예복이나 제복(祭服)의 뒤에 늘이는 띠.

* 패옥(佩玉): 왕이나 왕비의 법복이나 문무백관의 조복과 제복의 좌우에 늘여 차던 옥.

* 갑주(甲胄): 갑옷과 투구.

* 득인진하(得人陣賀): 어진 사람을 얻었다고 임금에게 하례하는 의식.

* 인의(引儀): 통례원의 종육품 관직.

* 산호(山呼): 만세

* 장원랑(壯元郞): 과거에서 장원으로 급제한 사람.

* 사복마(司僕馬): 사복시에서 관리하던 말.

* 선달(先達): 문무과에 급제하고 아직 벼슬하지 않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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