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밟으며 울컥했다. 이런 기분이란 큰 건물과 더 큰 건물이 사이에 만들어진 인공의 좁은 계곡 틈 그곳에서 태양이 올라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울컥했다. 아련한 슬픔. 그저 그저 저곳에서도 비적비적 올라오겠다고 용쓰는 듯한 붉은 궤적이 안쓰러웠을 뿐이다. 그 궤적에 대해 약간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3.03.07
아직 오지 않은 봄 강원도는 말만으로도 힘겹다. 아무리 고속도로가 잘뚫였다고 해도, 강원도로 가는 길은 멀다. 아니 멀다고 느껴진다. 차라리 전라도 어디, 경상도 어디라면 조금은 덜 할 것이다. 또 이제 2월 말이고 곧 3월이라고 해도, 강원도는 여전히 춥다. 춥다고 지레 짐작하게 되고 옷이라도 한번 더.. 홀로 또는 함께/기쁘거나 슬프거나 2013.03.01
쓰레기, 그 위대한 역설 버려지기 전에는 그 존재를 알지 못했습니다. 오늘 버려짐으로써 드디어 존재가 드러났습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버려지기 위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었을 거고 버림을 처음부터 작정하고 쓸모를 궁리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작이나 중간이나 그런 것들은 모두 편리한 합리화..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3.02.25
토지 2부를 마치고 의무처럼 읽는 독서 정말 의무였을 것이다. 읽기로 한 후에 겨우겨우 읽어낸 책이다. 오늘 겨우 2부 8권을 읽어냈다. 그외에 독서라고 할만한 것은 없다. 오로지 토지뿐이다. 왜 그외에는 없는가 하면. 우선 눈이 많이 아프다. 흰 것은 여백이오, 검은 것은 글씨라고 했나. 흰 바탕 위에 검.. 홀로 또는 함께/보고읽은 뒤에 2013.02.23
전 유복녀예요 전 유복녀예요 - 선희의 일기 -- 전 유복녀예요. 엄마가 절 넉달째 뱃속에 담고 있을 때 아빠가 죽었대요.그러니까 아빨 몰라요. 엄만 날 낳고 새로 시집가셨대요. 그리고 엄마 뱃속에 동생이 들어 있을 때 새 아빠가 죽었어요.새 아빠 얼굴은 쪼금 기억나요. 하지만 동생은 모른대요. 지금..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2013.02.19
꿈에 대하여 꿈 에 대 하 여 열넷 소녀들에게 꿈에 대하여 이야기하려다 무심코 스치고 지니갔던 이들을 이야기한다. 오늘도 만원 전철 안 구석 의자에 몸을 기대고 곤한 잠에 취해 버린 젊은 여인의 거친 숨고름, 어딜 향하던 길이었을까 ? 검은 튜브로 없는 아랫도리를 감추고 장송곡 같은 찬송소리..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2013.02.19
밤을 향하는 밤을 향하는 밤을 향하는 시간안에서 서울은 거대한 묘지를 이루었다. 젊은 것이나, 나이를 먹었거나 술 취하러 가는 남자거나 총총 귀가길 서두르는 여자거나 모두 낱낱 유골이 되어 채곡히 도시의 야경 속으로 모여든다. 달이 뜨면 또 가로등이 켜지면 가을밤 싸늘한 기운 속에서 허우..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2013.02.19
작약가는 길 작 약 가 는 길 지용이 아니래도 뛰어들고 싶다. 이 땅의 모든 오물이 어울어져 출렁이는 바다에 또 하나의 오물처럼 던지고 싶은 장난감 같은 섬을 향해 가는 배 위에 현실을 버리고 싶은 이들과 현실에서 버린 이들은 아주 서툰 방법으로 현실을 잊어버리고 싶다. 하지만 뿌리침에 익숙..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2013.02.19
아무 일도 없는 하루 아무 일도 없는 하루 아무 일도 없었다.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선생 혹은 젊음이란 알량한 자존심으로 명분 좋은 데 이름 석자 내밀고 그리고 나는 잘못했소. 세상 무서운 걸 몰랐으니 정말 잘못했소. 철회 각서에 또 이름 석자 내밀고 그 외엔 아무런 일도 없었다. 해는 떠올랐..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2013.02.19
부평에서 부 평 에 서 한 움큼의 사람들이 쏟아진다. 그 틈에서 나도 쏟아져 내렸다. 그렇게 뒷생각 없이 시작하는 하루 제각각 멀어져 가는 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잠시 갈 곳 몰라 했지만 여기는 머무름을 허락하지 않는 곳 나도 그들중 하나의 뒷모습을 좇아 익숙해진 본능을 시작한다. 가는 사람..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2013.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