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사 은행나무옆 피뢰침탑 지키려는 것인가. 위압하려는 것인가 겨울임에도 비가 꽤나 많이 쏟아졌다 내리는 빗물에 겨우내 쌓여 있던 눈까지 녹아들어 계곡물이 제법 거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홍수처럼 흙탕물이었다 용감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계절의 어긋남도 겨울 용문을 찾은이에게는 충분한 감동의 이유.. 홀로 또는 함께/기쁘거나 슬프거나 2013.02.02
나로호 이야기 날아 오르다, 하늘로, 깨끗한 세상으로 나는 날아올랐다. 세 번의 좌절은 추진력이 되었다. 나를 두고 한국 과학의 힘이니, 세계 몇 번째니 대단한 찬사를 보내지만 나를 그런 미사여구로 치장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나는 그냥 날아오른 것뿐이다. 추하게 생긴 사람이 나를 만들었다고 .. 홀로 또는 함께/기쁘거나 슬프거나 2013.01.30
나는 교사다. 또 생활인이다. 하루 종일 숫자와 씨름하다가 개학일, 보통 이날은 그간 만나지 못했던 아이들 얼굴을 보며 그냥 살았는지, 예쁘게 살아왔는지, 힘들게 살아왔음을 보든지 그렇게 확인하는 날이렷다. 하지만 오늘 나는 교실로 입장하지 않았다. 우왕거리는 비디오소리와 왁짜지껄한 수다 속에 묻혀 어둠.. 홀로 또는 함께/기쁘거나 슬프거나 2013.01.29
토지 인물 사전 기억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 아직도 '토지'와 씨름하고 있다. 이제 서희는 간도로 갔고, 환이는 빈자리를 찾아 평사리로 왔다. 모두 스물한 권 중, 여섯 권을 마친 셈이다. 그런데 이제부터가 문제이다. 깜빡깜빡 새 장이 시작되면 으레 등장하는 이런저런 사람들 분명히 앞 부분 언저리에.. 홀로 또는 함께/보고읽은 뒤에 2013.01.28
13살의 무구한 언어 토끼와 개숑이 아들놈이다. 집에서야 막내이고, 엄마 아빠에게 안겨붙지만 그래도 13세살이고,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된다. 그렇게 다 큰 녀석인데 언어 사용 능력은 많이 떨어져 보인다. (그냥 지나가는 이가 들으면) 우선은 두 단어로 모든 대화가 가능하다. '토끼'(이건 'yes' 혹은 '좋아'.. 홀로 또는 함께/어울리며 사랑하며 2013.01.28
뒷모습, 사랑하는 이의 도서관, 혹은 몇 개의 도넛 배가 고프다고 하길래 도넛 몇 개 들고 딸애 공부하는 도서관에 갔다. 문자로 불러내리고 도넛 봉투를 건네고 의례적인 말 몇 마디 나누고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딸애 뒷모습을 남겨두고 그리고 다시 돌아왔다. 이 모든 일은 채 5분 안에 이루어진 것이다. 5분 안.. 홀로 또는 함께/어울리며 사랑하며 2013.01.26
나에게도 가족이 있다 감추어지지 않는 감춤에 대하여 당연한 말이지만, 나에게도 가족이 있다. 현재 같은 집에서 같은 밥먹고 같이 사는 가족 말고 예전에, 그러니까 새 가족과 함께 살던 가족들. 한 분은 이미 돌아가셨지만, 나머지 가족들은 부근에서들 그들의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예전의 가족일 .. 홀로 또는 함께/어울리며 사랑하며 2013.01.26
끄적거림. 오호 화성에 가고 싶다 거기는 달도 없는곳 거기는 비도 오지 않는 곳 달조차 비조차 기대할 일 없는 언제부턴가 화성을 생각했다 - 가는데 1년이고 적어도 18개월을 살아야 하고 다시돌아오는데 1년 가봐야 모래뿐이라는 황량한 곳 이라는 화성 그래도 화성에 가고 싶다 가다가 그만두어도 될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3.01.25
힘겨운 토지 읽기 힘겨운 글읽기 방학이면 늘 다짐하는 것이 있다물론 끝까지 간 것은 별로 없다이를테면 헬스 혹은 다이어트로 뱃살 빼기악기 배우기 뭐 그런 거다 그러면 올 겨울은 무엇이었을까정말 소박한 계획이다.박경리 '토지' 다 읽기. 이태전에 홈쇼핑에서 주문해 받은 전집이 있다. 그간 제대로 .. 홀로 또는 함께/보고읽은 뒤에 2013.01.25
전주행 일기 맛집 기행 혹은 아빠의 의무 전주에 다녀오다. 빗속에 세 시간 달려 다다른 곳. 문득 이곳이 처음이라는 것을 것을 깨달았다. 사십 몇 년 살면서 처음 와 본 곳. 별 느낌은 없다. 특별히 순박하다거나, 친절한 사람들 혹은 편안한 거리 풍경 그런 것을 기대하고 간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무.. 홀로 또는 함께/기쁘거나 슬프거나 2013.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