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아무 일도 없는 하루

New-Mountain(새뫼) 2013. 2. 19.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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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는 하루

 

아무 일도 없었다.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선생 혹은 젊음이란 알량한 자존심으로

명분 좋은 데 이름 석자 내밀고

그리고 나는 잘못했소.

세상 무서운 걸 몰랐으니

정말 잘못했소.

철회 각서에 또 이름 석자 내밀고

그 외엔 아무런 일도 없었다.

해는 떠올랐다 가라앉고

늦으나마 눈이 쌓이고

얼마나 순리대로 돌아가는 세상이냐

삼팔 따라지라는 우리 아버지가

못 드시는 술을 드시고

김일성 나쁜 놈 나쁜 놈

네 할아버지가 올해 백두살이시다.

돌아가셨을 텐데 임종도 못뵜다는

서투른 주정

그 외엔 아무 일도 없었다.

육공 들어 국민소득 두 배 증가

북방 외교 통한 편안한 안정 추구

얼마나 살맛 나는 세상이냐

대핵교꺼졍 나와도 순 실업자더라

그런데 통장으로 찍혀 나온 일월 월급

몇십 몇만 몇천원

시장 어귀에서 떡사고 뭐사며 설준비

남은 동전 몇개로 담배 두갑 한꺼번에 사고

잿빛 하늘로 태워버리는

차가운 하루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다행히도 아무런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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