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꿈에 대하여

New-Mountain(새뫼) 2013. 2. 19.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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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에 대 하 여

 

 

열넷 소녀들에게 꿈에 대하여 이야기하려다

무심코 스치고 지니갔던 이들을 이야기한다.

오늘도 만원 전철 안

구석 의자에 몸을 기대고 곤한 잠에 취해 버린

젊은 여인의 거친 숨고름,

어딜 향하던 길이었을까 ?

검은 튜브로 없는 아랫도리를 감추고

장송곡 같은 찬송소리보다 떨어지는 동전 부딪힘에

더 관심을 갖던 늙은 여인의 멍한 시선

지금도 부평역 광장에 그렇게 앉아 있을 것이다.

, 새벽 뺑소니차에 치어

뒷머리가 갈렸던 이름 모를 남자

신문지에 덮혀 더운 피를 쏟아 냈던 그 사람을....

그리고 한 끼의 밥을 위해

너희 앞에서 꿈을 이야기하는 국어선생도 있다.

- 얘들아

매일 학교로 날아오는 부평공단의 검은 연기

그 검은 연기에 너희 희고 흰 교복은 검게 되고

미소조차 오염되고 마는 이 부평 한 가운에서

나는 너희들의 꿈을 이야기하고 있구나.

너희가 좋아하는 서태지도 이현우도

필통에서 잡지에서 친구 카셋에서 웃고 있지만

가정환경조사서, 보호자 직업, 황경미화원

그런 것들은 꼭 감추고

우리는 꿈을 이야기한다.

꿈은 부평을 떠나 전철로 한시간 거리

휘황한 여의도 T V 방송국 조명,

논노 잡지처럼 입어야 한다던 압구정동으로

더 멀리 뉴키즈 누가 사는 아메리카 어디로

하지만 미안하구나.

열넷 아름다운 나이에 정말 미안하구나.

그런 꿈은 너희에게 없단다.

너희들 오십명중 열은 공단으로, 열은 역전 술집거리

열은 서울 어디로, 나머지는....

너희의 꿈은 어디 있을까 ?

- 대학생들은요

매일 데모만 하고, 공부도 안하고

미팅만 하러 다닌데요.

그런 대학도 오십에서 열을 빼고 열을 빼고

또 열을 빼면 얼마나....

열넷 소녀들에게 꿈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무심코 지나쳤던 이들을 이야기한다.

프라이드와 부딪히면 목에 힘줄 세우고 욕질하던

버스 운전사 아저씨도 오늘 그랜저와 부딪히고

죄인이 되었구나. 고개를 떨구고

10월 며칠이 휴거의 날,모두 회개하시오.

정말 그날이 끝날일까 ? 너흰 겨우 열넷인데

노린내 풀풀 풍기는 뉴키즈나라 군인 아저씨들은 왜

너희 언니 또래 우리 여인들을 끼고 전철로 오를까?

T V 뉴스에는 너희가 좋아하는 서태지는 안 나오고

정치 얘기,선거 얘기,증권 얘기

그런 재미없는 것만 보여주는 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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