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부평에서

New-Mountain(새뫼) 2013. 2. 19.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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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평 에 서

 

 

한 움큼의 사람들이 쏟아진다.

그 틈에서 나도 쏟아져 내렸다.

그렇게 뒷생각 없이 시작하는 하루

제각각 멀어져 가는 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잠시 갈 곳 몰라 했지만

여기는 머무름을 허락하지 않는 곳

나도 그들중 하나의 뒷모습을 좇아

익숙해진 본능을 시작한다.

가는 사람들, 오는 사람들에 채여

나는 어느 쪽일까

아직 가는 사람에 떼밀려가고

이미 온 사람에 밟혀 오고

정해진 이정 없는 자랑스러움은 남았지만

애당 정해지고 떠나온 아침에

머뭇거림을 허락하지 않은 거리의 한켠에서

잠시 갈 곳 몰라 하다.

이건 자랑스러움이 아니라

어떤 흐릿한 기억의 망각

 

바보스러운을 내보여도

날 알아볼 이 없는 어느덧 편안한 곳이 되어버린

거리에서

굶은 빈속 담배를 찾아 물고

 

12.31.32.1.45

이런 낯선 버스 숫자의 조합속에

하나를 택해 거기 오른다.

뒷생각 없이 시작되는 아침에

 

저쪽 빌딩 너머로

아침해는 떠오르고 있었지만

그런 엄청난 변화를 알아채는 이 없다.

나도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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