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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향하는
밤을 향하는 시간안에서
서울은 거대한 묘지를 이루었다.
젊은 것이나, 나이를 먹었거나
술 취하러 가는 남자거나
총총 귀가길 서두르는 여자거나
모두 낱낱 유골이 되어
채곡히 도시의 야경 속으로 모여든다.
달이 뜨면 또 가로등이 켜지면
가을밤 싸늘한 기운 속에서 허우적이며
나는 살지 못한자, 너는 죽은 자
영혼 없는 육신만으로 움직거리고
미로 같은 묘지에서 제 갈길을 찾아……
모두들 어둠에만 익숙한 탓.
다음 언제 쯤인가 밝음은 또 올 것이고
밝으면 깊숙한 데 숨어버리겠지
그 때까지 밤을 향한 시간 안에서
나도 또 하나의 유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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