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내내 따뜻했던 온기가 2월 개학과 더불어 사라졌습니다. 리모컨과 씨름하다 문득 발견한 개학일. 오늘 추위란 말에 있는 대로 옷을 차려입고, 학교로 나섰습니다. 하지만 부쩍 줄어든 지나는 사람들처럼 아침 기운이 너무 낯설었습니다. 그 동안 포근했던 날씨와 방학이라는 조금은 편안했던 생활에 익숙했던 탓입니다.
정말 2월입니다. 세상이야 1월과 더불어 연초가 되고, 설날을 지나 새해가 되었지만, 학교는 지금이 연말입니다. 교사들도 학생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 출근해 일 년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를 고민하였는데, 문득 녀석들이 떠올랐습니다. 저야 올해 3학년 7반 담임을 마치는 마지막 달입니다. 작년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따님들에게 이 2월이 주는 느낌이 특별할 것입니다. 짧게는 그 힘들다는 수험생 1년을, 길게는 보살핌을 받던 학창시절 12년을 막음하는 마지막 달이 되었습니다. 다들 그런 세월의 의미를 몸을 느끼고 있을 터입니다. 머리에도 손을 대보고 얼굴도 달리 꾸며보며, 혹 눈치가 필요 없는 한 잔을 즐기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이런 제 생각은 잘못되었을 것입니다. 따님들이 느끼고 있는 세월의 의미는 그렇게 한가하지만은 않을 것이기에 말입니다.
그런 생각으로 교실에 들어섭니다. 40여일 만에 따님들을 마주 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얼굴들이 있었습니다. 진즉 반 년 전에 대학 입시에 성공한 녀석들부터, 엊그제 겨우 합격통지서를 받은 녀석들, 또 가슴을 조아리며 매순간 문자를 확인하는 녀석들, 그도 아니라 멀리 내년을 기약하리라 입술을 깨무는 녀석들까지. 불과 30명의 작은 교실이지만, 여기에서 참 많은 얼굴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하나하나 안부와 대학입시 결과를 확인하면서 제 가슴이 저며 옴을 발견했습니다. 모든 따뜻함을 함께 나눌 수 없는 세상이 이 교실에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따님들의 얼굴을 일일이 바라보며 느낀 것은, 올 한 해 너무 행복한 담임이었다는 다행함입니다. 비록 따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충분히 만족스런 지도를 못해준 부족한 선생이었지만, 모두들 제 뜻을 거스르지 않고 잘 따라 주었습니다. 모두들 훌륭한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훌륭한 따님들을 제게 맡겨주신 여러 학부모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3학년 7반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담임과 학생, 급우와 급우들은 정말 따뜻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입시라는 무거운 짐을 벗어낸다면 우리의 일 년은 자랑하고 싶은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모든 학생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기에 그래서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지금의 시간임은 분명합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담임인 저의 부족함도 얼마간 덧붙여져 있기에 여러 학부모님께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제 능력이 닿지 않는 부분이 있었나 봅니다. 많이 아쉽습니다.
그렇게 일 년을 보내고 2월 15일이면 졸업식입니다.
이제 교실에서 학생과 마지막 만나는 날입니다. 하지만 그 날, 우리들은 인연의 끝이 아니라 새 인연의 시작이 됨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1년간의 아픔과 기쁨이 새 인연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다시 한 번 지난 한 해 학부모님들의 성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졸업식 때 뵙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담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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