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아침 바람 차갑지 않아
- 수능 아침의 비나리
신 영 산
새벽 바람 차가와
두 손 가득 호호 입김을 모으면
여전히 어두운 하늘 아래
어제처럼 오늘이 시작되었으리니
어두운 날 인적 드문 거리
돌아보면 얼마나 걸어왔을까
세 해, 아니 열 두 해, 아니 열아홉 해
그렇게 또 얼마나 걸어가야 할까
지금 걷어가는 길은 어제 걷던 길과는
낯선 다른 길이고
내딛는 걸음 걸음도 무거운 것이며
혹은 디딜 곳조차 보이지 않을 것이며
다 함께 가는 걸음이 아니라
이끌려 가는 거리가 아니라
처음으로 혼자 가는 길이어서
가다가 가다가 두려울지도 몰라
그래도 처연하게 모아진
등 뒤의 눈길이라던지
어깨 위로 얹어진 손길이
문득 따뜻함으로 다가오는 것은
세상은 감당하지 못하도록 힘들거거나
걸어가지 못하도록 거친 길은 아니기에...
다만 처음 가는 길이지
넉넉하게 이겨낼 수 있는 길이지
그 첫 걸음을 지금 시작하는 거야
어둡던 하늘도 저편부터 밝아오는 것은
내가 걷는 한 걸음, 내 뜻 따라 또 한 걸음
따라오며 언 걸음을 녹여주는 거야
아침 바람 차갑지 않아
두 손 가득 굳게 주먹을 쥐고
새롭게 밝혀진 하늘
어제와는 다른 오늘이 시작되었으리니
(2010 수능 전날)
728x90
'홀로 또는 함께 > 학교에서 생각하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모님들께(2010.03) (0) | 2013.03.21 |
---|---|
오늘 아침 (0) | 2013.03.21 |
나의 빈도수 - 어느 입시설명회 후기 (0) | 2013.03.19 |
첫(1994) (0) | 2013.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