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또는 함께/학교에서 생각하는

아침바람 차갑지 않아

New-Mountain(새뫼) 2013. 3. 21. 20:10
728x90

아침 바람 차갑지 않아

- 수능 아침의 비나리


 신 영 산

 

새벽 바람 차가와

두 손 가득 호호 입김을 모으면

여전히 어두운 하늘 아래

어제처럼 오늘이 시작되었으리니

 

어두운 날 인적 드문 거리

돌아보면 얼마나 걸어왔을까

세 해, 아니 열 두 해, 아니 열아홉 해

그렇게 또 얼마나 걸어가야 할까

 

지금 걷어가는 길은 어제 걷던 길과는

낯선 다른 길이고

내딛는 걸음 걸음도 무거운 것이며

혹은 디딜 곳조차 보이지 않을 것이며

 

다 함께 가는 걸음이 아니라

이끌려 가는 거리가 아니라

처음으로 혼자 가는 길이어서

가다가 가다가 두려울지도 몰라

 

그래도 처연하게 모아진

등 뒤의 눈길이라던지

어깨 위로 얹어진 손길이

문득 따뜻함으로 다가오는 것은

 

세상은 감당하지 못하도록 힘들거거나

걸어가지 못하도록 거친 길은 아니기에...

다만 처음 가는 길이지

넉넉하게 이겨낼 수 있는 길이지

 

그 첫 걸음을 지금 시작하는 거야

어둡던 하늘도 저편부터 밝아오는 것은

내가 걷는 한 걸음, 내 뜻 따라 또 한 걸음

따라오며 언 걸음을 녹여주는 거야

 

아침 바람 차갑지 않아

두 손 가득 굳게 주먹을 쥐고

새롭게 밝혀진 하늘

어제와는 다른 오늘이 시작되었으리니


(2010 수능 전날)

728x90

'홀로 또는 함께 > 학교에서 생각하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모님들께(2010.03)  (0) 2013.03.21
오늘 아침  (0) 2013.03.21
나의 빈도수 - 어느 입시설명회 후기  (0) 2013.03.19
첫(1994)  (0) 2013.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