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또는 함께/학교에서 생각하는

부모님들께(2010.03)

New-Mountain(새뫼) 2013. 3. 2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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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들께

 

봄인가 싶은 반가움에 깊지 않은 옷을 서둘러 꺼내어 입었다가 파고드는 찬 기운에 낭패를 당했습니다. 달력은 분명 3월이지만, 아직은 쉽게 물러날 뜻이 없는 겨울이기에 여전히 차갑습니다. 어디 날씨뿐이겠습니까?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어감 자체만으로도 우리를 심하게 움츠리게 합니다. 그렇게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인 저와,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딸로 둔 부모님들과, 당사자인 3학년 학생들은 따뜻하지 못한 봄을 맞고 있습니다.

서신으로 불쑥 인사드림을 용서하십시오. 맡은 학생은 많고, 또 이들을 일일이 챙기기에는 그닥 부지런하지 못하기에 이렇게 컴퓨터 활자를 이용한 문안을 여쭙습니다. 저는 올해 귀 댁의 따님들의 학급인 3학년 4반을 맡은 신 영 산이라 합니다. 담당하는 과목은 국어입니다. 우리 나이로 올해 마흔 넷입니다. 흔히들 세상으로부터 흔들림이 없는 나이라고 하는 불혹을 한참 지났지만, 여전히 세상에 낯설음과 두려움이 많습니다.

그리고 분필을 잡은 지 올해로 이십 일 년째이고, 부평여고가 여섯 번째 학교입니다. 그동안 계산고등학교와 서운고등학교 등지에서 근무했고, 작년에 부평여고로 부임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3학년 4반을 맡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적지도 않은 경력이나, 또한 넉넉하지도 않은 학교 생활일수도 있겠습니다. 학교가 움직이는 것은 쉬이 알아차릴 수 있는 나이기는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이라는 사정은 큰 여유를 갖게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간 여러 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7년여 정도 했던 처지라, 그래도 입시와 진로 지도에 대해서는 조금이나마 눈치가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3학년 담임이라는 어색함은 적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나 부모님들의 큰 기대에 부합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힘든 부담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더욱 마지막 3학년 담임이 3년 전의 일이라 부평여고에서의 3학년 담임은 조금 낯설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제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그래서 여러 부모님들의 따뜻한 질책을 기대하려는 것입니다.

따님들이 겪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이란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정규학교 12년을 마무리하는 시기이기도 하며,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꿈과 소망이 가득한 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능과 대학을 앞둔 현실적인 여러 장애 때문에 학생들이 무척이나 힘들어 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그런 저들에게 적지 않은 힘을 주는 일이 오롯한 제 소임이 되었습니다. 제 딸을 키우면서 느꼈던 아픔과 사랑으로 보듬어 안는 감정들을 보모님들의 따님들에게 도 보이려는 소박한 다짐을 해 봅니다.

그런 마음으로 첫인사를 대신하는 글월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다만 학생이 많고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따님들의 장점을 하나하나 알지 못할 수도 있고, 또 아파하고 있는 것들도 미처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에 따님들에 대해 제가 더 알고 있었으면 하는 것들이나, 앞으로 진로나 입시 등에 대해 궁금하시거나 상의할 말씀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해 주십시오. 제가 아는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친절하고 성심껏 도와 드릴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늘 건강 유의하시고, 댁내 평안과 강녕을 기원하면서 부족한 글을 마칩니다.

 

  

담 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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