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또는 함께/학교에서 생각하는

오늘 아침

New-Mountain(새뫼) 2013. 3. 2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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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 졸업식 단상

 

오늘 아침

눈을 부여 떠야 하는 일이 힘든 것은

이부자리 따뜻함이 이미 익숙해져서가 아니라

다시 겨울, 차가워진 세상 속으로

내 몸을 던져야만 하는 일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오늘 아침

거울 속 고운 넥타이도 어색해져버린 것은

꾸며지지 않게 나이 들어버린 얼굴의 아쉬움이 아니라

가슴으로 목으로 옭아오는 감정의

답답함, 그걸 이겨내지 못함이 아니라

 

그대들을 떠나 보려내 나선 오늘 아침

그대들을 위한 마지막 말은 아직 준비하지 못했다

헤어지기 위해 만나는 것이거나

혹은 만나기 위해 헤어지는 것이리

그렇게 말하려다, 아니

헤어짐이나 만남은 다르지 않은 것이리

다시 그렇게 말하여다, 그것도 아니

헤어짐은 헤어짐이고 만남은 만남일 뿐이겠지

겨우 이렇게 말하려다, 그것은 그것은 정말 아니

 

오늘 아침

만남과 헤어짐, 여전히 이 두 말만이 맴도는 것은

헤어짐을 쉬이 받아들일 내 마음이거나

그대들은 이 자리에 계속 앉아 있고

나는 그대들 앞에 계속 서 있고 싶은 것이거나


--- 2010년 부평여고 3학년4반에서 마지막 담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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