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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오후가 아니어도 그렇다.
꼭 골라 지루한 과목이 아니어도 그렇다.
창문 틈으로 따뜻한 봄볕이 스며들지 않아도 그렇다.
아니, 아예 어제 일찍 잠이 들어서, 그래서 충분히 잠을 잤다고 해도 그렇다.
아이들은 잠을 들고 싶어한다.
그저 잠을 들고 싶어한다.
오로지 그것 뿐이다. 잠을 들고 싶어할 뿐이다.
잠들고 싶은 데에는 이유가 없다.
기쁨이라는 것이나, 슬픔이라는 것과 같은
소박한 감정 탓도 아니다.
그런 감정은 이미 상실된 채로
몸이 맡기는 본능을 좇아 그저 잠이 들고 싶은 것이다.
또한 피곤하기 때문에 잠이 들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잠이 들고 싶기 때문에 피곤해 지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다 보내고,
다시 새로운 또 하루가 시작될지라도
아이들은 잠을 들고 싶어한다.
짬짬이 앞에 선 이의 눈치를 피해 잠을 들었어도
또 잠을 깨면 다시 잠을 들고 싶어한다.
잠을 들다 호된 야단을 맞았더라도 곧 다시 잠을 들고 싶어한다.
오로지 그것 뿐이다. 잠을 들고 싶어하기 때문에
잠들고 싶은 이유를 굳이 만들려 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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