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라는 질문
퇴근해 보니 녀석이 단단히 뿔나 있다. 저녁까지 수학 몇 문제를 풀라 했더니, 풀다가 풀다가 소위 녀석의 말대로 '빡'쳐버렸던 거다. 하기도 싫은 데, 문제는 잘 풀리지도 않고, 더구나 한 손을 깁스했기에 자세도 불편하다. 왜 풀어야 하는 지, 왜 이런 것을 배워야 하는지, 왜 이런 것을 강요하는지, 이런 감정이 눈덩이가 되어 점점 켜져 버린 거다. 그리고는 그래도 제 딴에 만만한 엄마, 아빠한테 서툴기만 한 언어로 쏟아내는 거다. "왜? 왜냐고?" 사실 녀석의 말이 맞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왜'라는 질문에 대해 대답하기에 익숙지 않다. 아니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잘 모른다. 나아가 '왜'라는 질문 자체가 불온한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냥 하라면 하는 것이지 왜 굳이 이유가 필요하냐? 언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