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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개숑이
아들놈이다.
집에서야 막내이고, 엄마 아빠에게 안겨붙지만
그래도 13세살이고,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된다.
그렇게 다 큰 녀석인데
언어 사용 능력은 많이 떨어져 보인다.
(그냥 지나가는 이가 들으면)
우선은
두 단어로 모든 대화가 가능하다.
'토끼'(이건 'yes' 혹은 '좋아'이다)
아니면
'개숑이'(이건' No' 혹은 '싫어')이다.
꼭 위와 같은 의미만은 아니다. 뭔가
'토끼'나 '개숑이'에는 언어외적인 신기한 뉘앙스가 담겨 있다.
그래도 이 말들을 가족 모두가 잘 알아듣는다.
또 하나
너덜너덜해진 해리포터가 바탕이 되고,
플라스틱 마법 지팡이로 추임새를 매기는
잉글랜드 마법 주문들.
지가 마법사 인양
각 상황에 맞게 주문을 외는 듯한데
그 말들을 에미와 누나는 알아들을 지언정
불행하게도 애비는 잘 알아듣지 못한다.
해리포터를 많이 안 읽은 탓이다.
그래도 의사 소통이 지극히도 정상적인 것은
말보다는 마음을 먼저 읽는 것이고
입과 귀보다는 눈빛이 먼저 들어오는 것이다.
아들놈은 토끼가 되고
내가 개숑이가 되어도
그것으로 충분한 것
그걸 아는데 굳이 더 많은 말을 해야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리라
무구한 아들놈은 부지불식간에 알고 있으면서
엄연하게도 나의 업이
말을 하고 쓰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지만
토끼와 개숑이의 어감만으로 업을 이어갈 수 없으리라
더이상 내 마음이나 눈빛은 무구하지 않기에 말이다.
나이다. 마흔 일곱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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