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또는 함께/어울리며 사랑하며 40

훈련소의 아들에게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많이 힘들었겠다. 그래도 잘 이겨낸 **가 기특하기만 하다. 홈페이지에 오늘 **의 사진이 올라왔더구나. 사진을 보며, 문득 먼 훈련소에 있는 아들을 생각하며, 30년도 훌쩍 넘은 아빠의 과거가 떠오르더라. 아빠의 오십 오년 인생 가운데에서 하나를 지워버리라면 주저 없이 꼽을 2년 반의 세월을.... 엄마에게 그때의 얘기를 하면 꼰대라고 면박을 받게 되지만, 그건 겪어보지 않았기에, 그때의 감정을 이해해주기 힘들어서 그런 게다. 그때와 지금은 많이 상황도 달라졌지만, 그래도 본질적인 것은 달라지지 않았을 거다. 사랑하는 이들과 억지로 떨어져 있어야 하고, 낯익고 정든 곳이 아닌 곳에서 잠들어야 하고, 앞으로의 긴 인생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지식과 기술을 배워야 한다. 이런 상념들은..

남일대 해수욕장에서

남일대 해수욕장에서 작정하고 가려 했던 바다가 아니었다. 이런 곳에, 이런 바다가 있는 줄도 알지 못했고, 그저 가다보니, 그저 거기 있었던 바다일 뿐이었다. 땅 끄트러미 남해안의 남일대 해수욕장. 집안의 누구와도 인연이 없던 공군으로 아들 녀석이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게 작년 이맘 때였다. 전염병에 조마조마하며 한 해를 기다리다 오늘에야 온 가족이 여기까지 내려왔다. 장장 여섯 시간의 운전은 엄두가 나지 않아, 김포로 갔다가 거기에서 비행기를 타고 사천에 내린 다음, 낯선 풍경 속에 잠시 머물다가 낯선 이 도시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내비가 가리키는 대로 낯선 도로를 달려 네 가족을 가득 채운 빌려탄 차는 진주에 이르렀다, 공군훈련소. 짧게 머리를 깎은 청년들이 서 있는 틈에 아들 녀석을 밀어 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