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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꿈치와 두 무릎 그리고 이것이 나를 지탱하는 전부. 살갗이 벗겨져 나가는 아픔으로 그대는 흙먼지 풀풀 이는 연병장에서 무얼 찾고 있는가. 벌써 십여미터 앞으로 나아갔지만 어디에도 이 땅의 내음을 맡을 수 없고 이 땅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으니
시월의 차운 흙바닥에 머리를 심고 울컥 솓는 슬픔을 깨문다. 나는 누구인가. 여기까지 기어왔지만 더 기어간다 하더라도 나는 시인일 수 없다. 그렇지. 나를 명명하는 말이 있었다. 땅개. 가장 훌륭한 시어가 아닌가
하지만 내게는 땅개의 야성이 없다. 그저 나아가는 무모함도 용기도 처음부터 없었던 셈이다. 그런데 꾸역꾸역 팔꿈치에 생채기를 만들며 나아감은 무얼 찾고자 함인가. 먼 곳의 사람들. 가슴 속에서 식어가는 사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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