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문산문 210

안정복의 '아기설'과 '파아기설' ( 벙어리저금통 이야기 )

아기설(啞器說), 파아기설(破啞器說) - 벙어리 저금통 이야기 안정복(安鼎福: 1712∼1791) 1. 아기설(啞器說) 정사년(1737) 가을에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서울에 갔다가, 시장에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물건 하나를 발견했다. 위는 둥글고 아래는 평평하며 속은 텅 비었는데, 이마에는 일자(一字)모양으로 가늘게 구멍이 뚫려 있었다. 丁巳秋。余赴試入京。市上有器。上圓下平。中空而頂穿細穴。如一字形。前所未見也。 내가 종복을 돌아보며, “이게 무슨 물건인가?” 하니, 그는 “벙어리입니다.” 하였다. 내가 그 말을 알 수가 없어서 또 묻기를, “이게 무슨 물건이냐?” 하니, 또 다시 “벙어리입니다.” 하였다. 나는 그가 농하는 줄 알고 화가 나서 “내가 이 물건이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벙어리라고만 대답을 하니..

이옥(李鈺)의 "이언(俚諺)"의 '이언인(俚諺引)'

- 이언인(俚諺引) ; 시골말로 시를 짓는 까닭은 이옥(李鈺, 1760~1812) 신영산 옮김 - 첫 번째 비난(一難) 어떤 사람이 내게 물었다. “그대의 이언(俚諺)은 무엇하러 지은 것인가? 그대는 어째서 국풍(國風)이나 악부(樂府), 사곡(詞曲) 같은 작품을 짓지 않고서 꼭 이 이언을 지어야만 했는가?”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것은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따로 주관하는 자가 있어서 그렇게 시킨 것이니, 내가 어찌 국풍, 악부, 사곡 같은 시를 짓고 나의 이언을 짓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국풍이 국풍된 까닭을 알고, 악부가 악부된 까닭을 알며, 사곡이 국풍이나 악부가 되지 않고 사곡 된 까닭을 알면 내가 이언을 지은 까닭 또한 알 것이다.”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