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문산문 251

정경세의 '어리석은 바위 이야기(우암설)'

우암설(愚巖說) ; 어리석은 바위 이야기 정경세(鄭經世, 1563~1633) 신영산 옮김 余旣卜居于愚伏之西麓. 其傍之亭臺潭洞以至巖石之奇秀者, 莫不有名焉. 直舍之東北隅, 有石臨潨, 高可四五丈, 獨未有以名之也. 여기복거우우복지서록 기방지정대담동이지암석지기수자 막불유명언 직사지동북우 유석림총, 고가사오장 독미유이명지야 나는 우복(愚伏)이라 하는 산의 서쪽 기슭에 터를 잡아 살게 되었다. 그 둘레에는 있는 정자와 누대와 연못과 골짜기로, 그리고 바윗돌에 이르기까지 기이하고 빼어났기에, 어느 하나 이름이 없는 것이 없었다. 다만 우리 집의 동북쪽 모퉁이에 돌 하나가 깊은 물가에 맞대어 있으면서, 그 높이가 네댓 길이나 되었는데도, 오로지 이것만이 이름이 없었다. 有一夜石言于夢 曰 : “凡物之生, 顯晦有命, 遇不遇..

한백겸의 '복숭아나무 접붙이기(접목설)'

접목설(接木說) ; 복숭아나무 접붙이기 한백겸(韓百謙, 1552~1615) 신영산 옮김 余家園中有桃樹. 其花無色, 其實無味. 腫柯叢枝, 無可觀者. 前春, 借隣居朴姓人, 接紅桃枝. 以其花美而實碩也. 여가원중유도수 기화무색 기실무미 종가총지 무가관자 전춘 차린거박성인 접홍도지 이기화미이실석야 우리 집 정원에는 복숭아나무가 하나 있었다. 그 꽃은 아름답지 않았고, 그 열매는 맛이 없었다. 가지에는 부스럼이 돋았고, 잔가지는 무더기로 자랐기에, 참으로 볼 것이 없었다. 이에 지난봄에 이웃에 사는 박씨 성을 가진 이의 손을 빌어, 홍도 가지를 접붙여 보았다. 그랬더니 그 꽃이 아름다웠고, 열매도 아주 실하게 열렸다. 當其斬斫方長之樹, 附接一小枝也, 余見之殊用齟齬. 旣而日夜之所生, 雨露之所養, 茁然其芽, 挺然其條,..

허균의 '푸줏간 문에서 입을 크게 다시다(도문대작)'

도문대작 인(屠門大嚼 引) - ‘푸줏간 문에서 입을 크게 다시다’ 서문 허균(許筠, 1569~1618) 신영산 옮김 余家雖寒素, 而先大夫存時, 四方異味禮饋者多. 故幼日備食珍羞. 及長, 贅豪家, 又窮陸海之味. 亂日避兵于北方, 歸江陵外業, 殊方奇錯, 因得歷嘗. 而釋褐後南北官轍, 益以餬其口. 故我國所產, 無不嚌其炙而嚼其英焉. 여가수한소 이선대부존시 사방이미예궤자다 고유일비식진수 급장 췌호가 우궁육해지미 난일피병우북방 귀강릉외업 수방기착 인득력상 이석갈후남북관철 익이호기구 고아국소산 무불제기적이작기영언 우리 집은 비록 보잘것없고 가난하기는 하였지만, 아버님이 살아 계실 때는 사방에서 맛있는 음식을 예물로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어릴 때는 진귀한 음식을 갖추어 먹을 수 있었다. 또 자라서는 부잣집의 사위..

이익의 '적게 먹어라(식소)'

식소(食少) ; 적게 먹어라 李瀷(이익, 1681~1763) 신영산 옮김 余, 貧者也. 貧, 無財之稱. 財, 出於勤力, 勤力, 非小少習業不能. 余安得不貧? 惟在節省. 凡有作爲, 十分思量, 不可少者外, 都不爲也. 有一分輕小無妨之意, 不可. 여 빈자야 빈 무재지칭 재 출어근력 근력 비소소습업불능 여안득불빈 유재절성 범유작위 십분사량 불가소자외 도불위야 유일분경소무방지의 불가 나는 가난한 사람이다. 가난이란 재물이 없음을 일컬은 것이다. 재물이란 부지런히 힘쓰는 데서 나오는 것인데, 부지런히 힘쓰려면 어릴 때부터 그 일을 익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하니 내가 어찌 가난하지 않겠는가? 오직 절약하며 살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무릇 생활하는 데 충분히 생각하여, 적게 써야 할 것 이외에는 일절 하지 말아..

강희맹의 '오줌통이야기 (요통설)'

溺桶說(요통설) ; 오줌통 이야기 姜希孟(강희맹, 1424~1483) 신영산 옮김 大市僻處, 官置溺桶, 備市人之急. 士子竊溲者, 抵以不潔之罪. 市傍, 有士夫畜不才子, 潛往溲之. 其父知之, 禁之痛, 子猶不聽, 日溲不已. 主者欲挺之, 畏父威未敢發, 一市人, 莫不非之. 대시벽처 관치닉통 비시인지급 사자절수자 저이불결지죄 시방 유사부축불재자 잠왕수지 기부지지 금지통 자유불청 일수불이 주자욕정지 외부위미감발 일시인 막불비지 큰 저자의 으슥한 곳에는 관아에서 오줌통을 두어, 저자 사람들이 급한 때를 대비하게 하곤 하였다. 하지만 선비로서 몰래 오줌통에 오줌을 누게 되면 깨끗지 못하다 하여 벌을 당하게 된다. ​저자 근방의 어느 양반집에는 변변치 못한 아들이 있었는데, 몰래 가서 거기에다 오줌을 누곤 하였다. 그 아..

강희맹의 '세 부류의 꿩 이야기(삼치설)'

三雉說(삼치설) ; 세 부류의 꿩 이야기 姜希孟(강희맹, 1424~1483) 신영산 옮김 雉之性, 好淫而善鬪. 一雄率羣雌, 飮啄於山梁間. 每春夏之交, 叢灌薈鬱, 雌鳴粥粥. 雄者一聞其聲, 則必振翮而至, 逼人而不疑. 是怒其他雄之畜雌者也. 치지성 호음이선투 일웅솔군자 음탁어산양간 매춘하지교 총관회울 자명죽죽 웅자일문기성 칙필진핵이지 핍인이불의 시로기타웅지축자자야 꿩은 음탕함을 좋아하고 싸우기를 잘한다. 수놈 한 마리가 여러 암놈을 거느리고 꿩들 사이에서 먹이를 쪼아 먹으며 물을 마신다. 매년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는 때면, 우거진 수풀 속에서 암놈이 꿕꿕 울곤 한다. 수놈이 그 소리를 한 번이라고 들으면 날개를 치며 오는데, 사람이 가까이 있어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는 다른 수놈이 암놈과 함께 있는 것에 성을 ..

강희맹의 '담사설'

啗蛇說(담사설) ; 뱀을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 姜希孟(강희맹, 1424~1483) 신영산 옮김 溟洲之地, 多産仙藥, 藥局遣醫, 間一歲而採藥. 有一醫專是任, 頻往溟洲. 始至則藥夫指其徒之一二者曰 : “此是啗蛇者也.” 莫不齒冷, 食不共器, 坐不連席, 不以人類視之. 명주지지 다산선약 약국견의 간일세이채약 유일의전시임 빈왕명주 시지칙약부지기도지일이자왈 차시담사자야 막부치랭 식부공기 좌부련석 부이인류시지 명주(溟州) 땅에서 좋은 약재가 많이 생산되기에, 약국에서는 의원을 보내 한 해 동안에 약초를 캐게 하였다. 의원 한 사람이 이 소임을 모두 도맡았기에 자주 명주를 가게 되었다. 처음 갔을 적에 약 캐는 사내가 무리 중에서 한두 명을 가리키며 말하기를, “저놈들은 뱀을 씹어 먹는 놈들이옵니다.” 하며, 비웃지 않는..

강희맹의 '등산설'

登山說(등산설) ; 세 형제가 산에 오른 이야기 姜希孟(강희맹, 1424~1483) 신영산 옮김 魯民有子三人焉. 甲沈實而跛, 乙好奇而全, 丙輕浮而捷勇過人. 居常力作, 丙居常最, 而乙次之. 甲辛勤服役, 僅得滿課而無所怠. 노민유자삼인언 갑침실이파 을호기이전 병경부이첩용과인 거상역작 병거상최 이을차지 갑신근복역 근득만과이무소태 한 노(魯) 나라 사람에게는 아들 삼 형제가 있었다. 갑(甲)은 착실하였지만 다리를 절었고, 을(乙)은 호기심이 많았는데 몸은 온전하였으며, 병(丙)은 경솔하였지만 용맹스러운 힘이 남보다 나았다. 그래서 평상시에 힘들여 일하게 되면, 병이 항상 으뜸을 차지하였고, 을이 그다음이었다. 갑은 고되게 일을 하였는데, 맡은 일을 가까스로 하기는 하였지만 게을리하는 바가 없었다. 一日, 乙與丙,..

강세황의 '단원기'

檀園記(단원기) ; 김홍도의 기문을 쓰다 姜世晃(강세황, 1713~1791) 신영산 옮김 古今畫家, 各擅一能, 未能兼工. 金君士能生於東方近時, 自幼治繪事, 無所不能. 至於人物山水, 仙佛花果, 禽蟲魚蟹, 皆入妙品, 比之於古人, 殆無可與爲抗者. 尤長於神仙花鳥, 已足鳴一世而傳後代. 고금화가 각천일능 미능겸공 김군사능생어동방근시 자유치회사 무소불능 지어인물산수 선불화과 금충어해 개입묘품 비지어고인 태무가여위항자 우장어신선화조 이족명일세이전후대 예전이나 지금이나 화가는 각각 한 가지에만 능숙하지, 솜씨가 두루 능숙하지는 않다. 그런데 김군(金君) 사능(士能)은 최근에 조선에서 태어나서,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일을 종사하였는데 못하는 것이 없었다. 인물, 산수, 신선, 부처, 꽃과 과일, 짐승과 벌레, 물고기와 ..

정약용의 '원목'

原牧(원목) ; 목민관의 근원 ​ 丁若鏞(정약용, 1762~1836) 신영산 옮김 牧爲民有乎, 民爲牧生乎. 民出粟米麻絲以事其牧, 民出輿馬騶從, 以送迎其牧, 民竭其膏血津髓, 以肥其牧. 民爲牧生乎, 曰否否, 牧爲民有也. 목위민유호 민위목생호 민출속미마사이사기목 민출여마추종 이송영기목 민갈기고혈진수 이비기목 민위목생호 왈부부 목위민유야 목민관은 백성들을 위해 있는 것인가, 백성들이 목민관을 위해 사는 것인가? 백성들이 곡식을 거두고 옷감을 짜내어 목민관을 섬기고, 가마와 말과 가마꾼을 내어 목민관을 보내고 맞이하며, 기름과 피를 뼛속에서 짜내어 목민관을 살찌운다. 그렇다면 백성들은 목민관을 위해 사는 것인가? 아니다. 아니다. 목민관이 백성들을 위해 있는 것이다. 邃古之初, 民而已, 豈有牧哉. 民于于然聚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