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문산문 219

이규보의 '계양망해지(桂陽望海誌)' 원문과 풀이

계양망해지(桂陽望海誌) - 계양산에 올라 바다를 보다 이규보(李奎報, 1168~1241년) 신영산 옮김 路四出桂之徼 唯一面得通於陸 面皆水也. 始予謫守是州 環顧水之蒼然浩然者 疑入島嶼中 悒悒然不樂 輒低首閉眼不欲見也. 노사출계지요 유일면득통어륙 면개수야 시여적수시주 환고수지창연호연자 의입도서중 읍읍연불락 첩저수폐안불욕견야 길이 계양(桂陽)의 변경의 땅으로 사방으로 나 있으나, 다만 한 면만 육지에 통하고 삼면은 모두 물이다. 처음 내가 이 고을 수령으로 좌천되었을 때, 망망한 푸른 물을 돌아보니, 섬 가운데 들어온 듯하므로, 근심스럽고 즐겁지 않았기에, 오로지 머리를 숙이고 눈을 감아 보려 하지 않았다. 及二年夏六月 除拜省郞 將計日上道 以復于京師 則向之蒼然浩然者 皆可樂也. 於是凡可以望海者 無不遊踐. 급이년하육..

최충성의 '잡설2(雜說二)' 원문과 풀이 - 괴물이야기

잡설2(雜說二) - 괴물 이야기 - 최충성(崔忠成, 1458~1491) 주해 신영산 太山之下 長谷之間 有怪物焉. 蠕蠕然 蠢蠢然 無羽翼而能飛也, 無爪蹄而能走也. 容乎尺澤 潛乎斗水, 爲鶣鵲鼴鼠之所笑者. 不知其幾多年也. 是物也常鬱鬱 不平而戚戚然 自歎曰. “天之賦物 不爲不多, 而何獨偏疾於我, 而使其窮困至於此極耶.” 태산지하 장곡지간 유괴물언 연연연 준준연 무우익이능비야 무조제이능주야 용호척택 잠호두수 위편작언서지소소자 부지기기다년야 시물야상울울 불평이척척연 자탄왈 천지부물 불위부다 이하독편질어아 이사기궁곤지어차극야 큰 산 아래 깊은 골짜기 사이에 괴물이 하나 있었다. 꿈틀꿈틀 굼실굼실 움직였고, 날개가 없는데도 날 수 있었고, 발굽이 없는데도 걸어 다닐 수 있었다. 좁은 연못이나 얕은 물 속에 숨어 지냈는데, ..

최충성의 '잡설1(雜說一)' 원문과 풀이 - 목수이야기

잡설1(雜說一) - 목수 이야기 - 최충성(崔忠成, 1458~1491) 주해 신영산 天之品物也, 固大小早晩之不同類焉. 蓋小草芊芊而春榮秋枯, 大椿落落而八千歲而長, 八千歲而老. 若是者何哉. 物必久而後成者, 可以爲大矣. 천지품물야 고대소조만지부동류언 개소초천천이춘영추고 대춘낙락이팔천세이장 팔천세이로 약시자하재 물필구이후성자 가이위대의 하늘이 이 세상에 생물을 만들어 낼 때는, 과연 크고 작고, 빠르고 느린 것 등 같지 않게 만들어 내었다. 대개 작은 풀포기는 봄에 무성하다가도 가을에 시들지만, ‘대춘(大椿)’이라고 하는 큰 나무는 팔천 년 동안을 자라다가, 다시 팔천 년을 늙는다고 한다. 이는 왜 그런가. 생물은 반드시 오랜 세월이 지난 뒤라야 가히 크게 성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昔者匠石方營大廈, 求棟梁之材..

성현의 '뇌물 먹은 소(흑우설)'

흑우설(黑牛說) 뇌물 먹은 소 성현(成俔, 1439~1504) 廟社用黑牲 古也。其中牲者鮮矣 而純毛黑色者尤爲鮮。 朝廷設典牲署主之 苟有納一牛者 價給三馬。 由是人愛其理 高價而買之 爭趨權勢而請之。 契券雲集 官門如市。其得納者 萬分中之一耳。 종묘사직의 제사에 검은 소를 희생으로 바치는 것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제도이다. 그런데 제사에 맞은 소가 드물고, 완전하게 털이 검은 소를 구하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조정에서는 전생서(典牲書)를 설치하여 그 일을 주관하게 하고, 만일 제사에 맞은 소를 한 마리 바치는 자가 있으면 말 세 마리로 소값을 쳐주었다. 이 때문에 그 이득을 노리고 비싼 값으로 검은 소를 사서는 권세 있는 집에 붙어 청탁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제사에 쓸 소를 계약하는 날이 되면 자신의 소를 바치려고 사람..

성현의 '타농설(게으른 농부이야기)'

타농설(惰農說) - 게으른 농부 이야기 성현(成俔, 1439~1504) 歲庚寅 大旱。自正月不雨 至于秋七月。 春不得犂 夏不得鋤。草之在野者無不黃 禾之在畝者無不萎。 경인년(1470)에 큰 가뭄이 들었다. 정월에서부터 비가 오지 않더니, 가을 7월까지 가뭄이 계속되었다. 이 때문에 봄에는 쟁기질을 못 했고, 여름이 되어서도 김맬 것이 없었다. 들판의 풀들은 누렇게 마르지 않은 것이 없었고, 논밭의 곡식들은 시들지 않은 것이 없었다. 其有勤者則曰; ”耘之亦死也 不耘亦死也。與其安坐而待焉 孰若殫力而求焉。萬一得雨 豈盡無益。“ 故田已柝而耨不止 苖已槁而芟不休。終歲勤動 要死而後已也。 이때 부지런한 농부가 있어 말하기를, “김을 매주어도 곡식들은 죽을 것이고, 김을 매주지 않아도 역시 죽을 것이다. 그러나 그냥 편안히 앉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