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문산문

김만중의 '서포만필'

New-Mountain(새뫼) 2022. 5. 1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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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만필(西浦漫筆) 중에서

 

김만중(金萬重, 1637-1692)

신영산 풀이

 

 

松江關東別曲, 前後思美人歌, 乃我東之離騷.

而以其不可以文字寫之, 故惟樂人輩, 口相授受, 或傳以國書而已.

人有以七言詩翻關東別曲, 而不能佳. 或謂澤堂少時作, 非也.

송강관동별곡 전후사미인가 내아동지이소

이이기불가이문자사지 고유악인배 구상수수 혹전이국서이이

인유이칠언시번관동별곡 이불능가 혹위택당소시작 비야

 

송강의 관동별곡과 전후사미인가(사미인곡, 속미인곡)는 우리 동방의 이소(屈原)라 할 만한 글이다.

하지만 문자(한문)로서 베껴낼 수 없는 것이기에, 오로지 노래하는 무리에 의해 입에서 입으로 주고받거나, 혹은 한글로 써서 전할 따름이다.

어떤 사람이 관동별곡을 칠언시로 번역하기도 하였으나, 능히 아름답게 할 수가 없었다. 혹, 세상에서 이르기를, 택당이 젊은 시절에 번역한 것이라 하지만, 그렇지 않다.

 

鳩摩羅什有言曰 :

“天竺俗最尙文, 其讚佛之詞, 極其華美. 今以譯秦語, 只得其意, 不得其辭.”

理固然矣.

구마라습유언왈

천축속최상문 기찬불지사 극기화미 금이역진어 지득기의 부득기사

이고연의

 

구마라습이 말하기를,

“천축(인도)의 풍속에서 최고로 숭상하는 글은, 부처를 찬양하는 노래인데, 지극하게도 화려하고 아름답다. 그런데, 이제 그것을 진어(중국말)로 번역한다면, 다만 그 뜻을 얻을 수는 있겠으나, 그 말의 오묘함은 얻을 수 없다.”

라고 하였으니, 이치가 정녕 그러하다.

 

人心之發於口者, 爲言, 言之有節奏者 爲歌詩文賦.

四方之言, 雖不同, 苟有能言者, 各因其言而節奏之, 則皆足以動天地, 通鬼神.

不獨中華也.

인심지발어구자 위언 언지유절주자 위가시문부

사방지언 수부동 구유능언자 각인기언이절주지 즉개족이동천지 통귀신

불도중화야

 

사람의 마음이 입으로 표출되는 것이 말이며, 말 가운데서 마디와 가락이 있는 것을 노래와 시와 문부라 한다.

사방의 언어가 비록 다르기는 해도, 진실로 말을 능히 하는 자가 있어, 그 말에다가 마디와 가락을 붙인다면, 넉넉히 천지를 움직이고, 귀신과도 통할 수 있을 것이다. 오직 중국의 말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今我國詩文, 捨其言而學他國之言, 設令十分相似, 只是鸚鵡之人言.

而閭巷間, 樵童汲婦, 咿啞而相和者, 雖曰鄙俚,

若論眞贗, 則固不可與學士大夫所謂詩賦者, 同日而論.

금아국시문 사기언이학타국지언 설령십분상사 지시앵무지인언

이려항간 초동급부이아이상화자 수왈비리 여염

약론진안 즉고불가여학사대부소위시부자 동일이론

 

지금 우리나라의 시문은, 자기 말을 버리고 다른 나라의 말를 배우고 있으니, 설령 아주 흡사하게 된다 하더라도, 다만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흉내내는 말일 뿐이다.

하지만 백성들 사이에서, 나무하는 아이들이나 물긷는 아낙네들이 흥얼거리며 주고 받는 노래가, 비록 거칠고 촌스럽다고는 하지만,, 만약 참되고 거짓된 것으로만 논한다면, 이른바 학사나 사대부들이 지은 시와 부라고 하는 것과는, 견주어 논할 수는 없는 것이다.

 

況此三別曲者, 有天機之自發.

而無夷俗之鄙俚, 自古左海眞文章, 只此三篇.

然又就三篇而論之, 則後美人尤高.

關東, 前美人, 猶借文字語, 以飾其色耳.

황차삼별곡자 유천기지자발

이무이속지비리 자고좌해진문장 지차삼편

연우취삼편이론지 즉후미인구고 관동 전미인

유차문자어 이식기색이

 

하물며 이 세 별곡은, 하늘에서 내린 기운을 절로 나타낸 것으다.

속인들의 비속하고 시골스러움도 없으니, 예부터 우리나라에서 참된 문장이라고 한다면, 다만 이 세 편이라 하겠다.

그런데 또 이 세 편을 두고 논하자면, 즉 후미인곡(속미인곡)이 더욱 높다. 관동별곡과 전미인곡(사미인곡)은 오히려 문자(한문)를 빌려서, 글을 꾸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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