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문산문 219

소동파의 '적벽부' 전문 풀이

赤壁賦 (적벽부) 蘇東坡(소동파) 前赤壁賦 (전적벽부) 임술년(1082) 가을 칠월 기망(16일) 나는 손과 더불어 베를 띄워 적벽 아래에서 노닐었다. 壬戌之秋 七月旣望 蘇子與客 泛舟遊於赤壁之下。 맑은 바람이 천천히 불고 물결은 일지 않는지라, 나와 손은 술잔을 들고 명월의 시를 낭송하고 요조의 구절을 읊었다. 잠시 후 달이 동산에 떠올라 동남쪽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에서 배회하였다. 흰 이슬은 강물을 가로지르고, 물빛은 하늘가에 닿았다. 淸風徐來 水波不興 擧舟屬客 誦明月之詩 歌窈窕之章。少焉 月出於東山之上 徘徊於斗牛之間。白露橫江 水光接天。 우리는 한 조각 작은 배를 타고 망망한 속으로 흘러 다녔다. 얼마나 넓은지 바람을 타고 허공으로 오른 듯하여 어디에서 머물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내 몸 또한 두둥실 ..

김정희의 '세한도제발'

세한도제발 - 김정희 歲寒圖題跋 - 金正喜 지난 해(1843)에 『만학집(晩學集)』과 『대운산방집(大雲山房集)』 두 책을 부쳐주었고, 금년에 또 우경(藕畊)이 지은 『황청경세문편(皇淸經世文編)』을 부쳐주었다. 이들 책은 모두 세상에서 언제나 구할 수 있는 책이 아니니, 천만리 먼 곳에서 구입한 것이고 여러 해를 거듭하여 입수한 것이지, 한 때에 해낸 일이 아니다. 去年以大雲晩學二書寄來。今年又以藕耕文編寄來。此皆非世之常有。購之千萬里之遠。積有年而得之。非一時之事也。 그리고 세상의 도도한 풍조는 오로지 권세가와 재력가만을 붙좇는 것이다. 이들 책을 구하려고 이와 같이 마음을 쓰고 힘을 소비하였는데, 이것을 권세가와 재력가들에게 갖다 주지 않고 도리어 바다 건너 외딴섬에서 초췌하게 귀양살이 하고 있는 나에게 마치 ..

정약용의 한문논설 '기예론'

기예론(技藝論) 정약용(丁若鏞) 1. 하늘이 금수(禽獸)에게는 발톱[爪]을 주고 뿔[角]을 주고 단단한 발굽[硬蹄]을 주고 날카로운 이[利齒]를 주고 독(毒)을 주어서, 그들로 하여금 각기 하고 싶은 것을 얻게 하고, 사람에게서 받게 되는 환난(患難)을 방어하도록 하였다. 天之於禽獸也,予之爪,予之角,予之硬蹄利齒,予之毒,使各得以獲其所欲而禦其所患。 그런데 사람에게는, 벌거숭이로 태어나서 연약하여 마치 그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없을 것처럼 만들었으니, 어찌하여 하늘은 천하게 여길 데는 후하게 하고 귀하게 여길 데는 박하게 하였을까. 그것은 바로 사람에게는 지려(智慮)와 교사(巧思)가 있음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기예(技藝)를 습득하여 스스로 자기의 생활을 영위하도록 한 것이다. 於人也,則倮然柔脆,若不可以濟其生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