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문산문

유몽인의 '송 두봉 이양오 여성군 지완 부경서'

New-Mountain(새뫼) 2022. 5. 1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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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두봉 이양오 여성군 지완 부경서 (送斗峯李養吾驪城君志完赴京序)

- 연경으로 사신을 떠나는 이지완을 서울에서 전송하며

 

유몽인(柳夢寅, 1559~1623)

신영산 옮김

 

 

余聞馬有卵, 丁子有尾, 龜背之毳長三尺, 信乎.

無之而計之億兆爲不裕, 有之而筭之一兩爲有剩.

天下之事, 大率類之.

여문마유란 정자유미 귀배지취장삼척 신호

무지이계지억조위불유 유지이산지일량위유잉

천하지사 대솔류지

 

내가 듣건대, 말이 알을 낳고, 개구리에게 꼬리가 있으며, 거북이 등의 털이 석 자나 된다고 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아무것도 없으면서 없는 것을 헤아린다면, 억조로 헤아리더라도 부족할 것이요, 있어서 있는 것을 헤아린다면, 한 둘만 헤아려도 넉넉할 것이다.

세상의 일이란 게 대개 이와 유사하리라.

 

有國于此.

國論無三日, 而二百之曆同中國. 人心蔑三尺, 而五倫之敎同中國.

用貨謝泉刀, 而衣食不死同中國. 守國去治兵, 而邊鄙不削同中國.

유국우차

국론무삼일 이이백지력동중국 인심멸삼척 이오륜지교동중국

용화사천도 이의식불사동중국 수국거치병 이변비불삭동중국

 

여기에 이런 나라가 있다.

국론은 사흘도 채 못 가는데도, 역사가 이백여 년이나 이어지는 것은 중국과 같고, 인심이 나라의 법도를 깔보는데도, 오륜을 가르치는 것이 중국과 같다.

천도 같은 화폐 없이 재물을 유통하면서도, 입고 먹으며 죽지 않는 것이 중국과 같으며, 나라를 지키는데 군사를 조련하지 않으면서도, 변방의 영토가 깎이지 않는 것이 중국과 같다.

 

是以鬼神之術, 理盤古之世也.

然則, 彼劬我怡, 彼駴我恬, 彼堅我縵, 彼劇我閑.

是雖喪猶乎獲, 雖解愈乎結也乎.

시이귀신지술 이반고지세야

연칙 피구아이 피해아념 피견아만 피극아한

시수상유호획 수해유호결야호

 

이는 귀신의 술법으로, 반고의 시대를 다스리는 것이다.

그러니 저들(중국)은 수고로운데 우리(조선)는 편안하고, 저들은 소란스러운데 우리는 조용하며, 저들은 긴장하는데 우리는 느슨하며, 저들은 번잡한데 우리는 한가롭다.

이는 비록 잃었지만 오히려 얻었다고 여기는 것과 같고, 비록 풀렸지만 맺어졌다고 여기는 것이다.

 

雖然, 煕煕乎侈食縻衣, 嗷嗷乎朝乞暮丐, 而曰, “彼亦民也, 此亦民也.”

天地之大, 金湯四固, 濱海一隅, 藩籬四撤, 而曰, “彼亦國也, 此亦國也.”

수연 희희호치식미의 오오호조걸모개 이왈 피역민야 차역민야

천지지대 금탕사고 빈해일우 번리사철 이왈 피역국야 차역국야

 

비록 그렇지만, 저들은 태평하게 살아가며 좋은 음식을 먹고 화려한 옷을 입는데, 우리는 근심스레 아침저녁으로 구걸하면서도, “저기도 백성이요, 여기도 백성이다.”라고 한다.

저쪽은 거대한 천지가, 사방으로 굳건한 성곽과 해자로 둘러싸였는데, 이쪽은 바닷가 한쪽 귀퉁이에서, 사방으로 울타리 하나 겨우 두르고서도, “저기도 나라요, 여기도 나라이다.”라고 한다.

 

則有角有蹄, 羔不必仰乎牛. 有牙有爪, 狸不必希乎虎.

有鱗有鰭, 鰌不必學乎龍. 有羽有觜, 鷃不必慕乎鵬.

칙유각유제 고불필앙호우 유아유조 리불필희호호

유린유기 추불필학호룡 유우유자 안불필모호붕

 

마찬가지로 뿔과 발굽이 있으니, 염소여도 굳이 굳이 소를 우러러볼 필요가 없다고 하고, 송곳니와 발톱이 있으니, 살쾡이여도 굳이 호랑이가 되기를 바랄 필요가 없다고 한다.

비늘과 지느러미가 있으니, 미꾸라지여도 굳이 용을 따라 할 필요가 없다고 하며, 깃털과 부리가 있으니, 메추라기여도 굳이 붕새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今者車軌交結, 腹背相連.

奉表之臣歲四五輩, 滿朝簪紳, 太半觀周之餘士.

而裕民足國倣中國, 無一士建白, 而一變之.

금자거궤교결 복배상련

봉표지신세사오배 만조잠신 태반관주지여사

이유민족국방중국 무일사건백 이일변지

 

지금 우리는 중국과 수레가 배로 연결되어, 배와 등처럼 서로 이어져 있다.

표문을 받들고 가는 사신들이 한 해에 네댓 번이기에, 조정을 가득 채운 높은 벼슬아치들의 태반은 중국을 살펴보고 온 인사들이다.

그런데도 중국을 본받아서 백성을 부유하게 하고 나라를 풍족하게 하자고, 윗전에 건의하여 조금이나마 바꾸려는 선비가 한 명이 없다.

 

哀哉.

彼淵濩深宮之一人, 玉趾不下於釦砌, 而其謂爲國止於斯已歟耶.

其謂中國亦如斯止歟耶.

, 我國廟堂之謨, 馬之卵耶, 丁子之尾耶, 龜背之三尺毳耶.

애재

피연호심궁지일인 옥지불하어구체 이기위위국지어사이여야

기위중국역여사지여야

우 아국묘당지모 마지란야 정자지미야 귀배지삼척취야

 

슬픈 일이로다.

저 깊은 궁궐 안에 계신 한 분도, 옥 같은 발걸음을 섬돌 아래로 떼지 않았으니,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이만하면 되었다고 여기시는 것인가. 중국 또한 이만할 뿐이라고 여기시는 것인가.

아! 우리나라 조정에서 도모하는 계책이란, 말이 낳은 알, 개구리의 꼬리, 거북이 등에나 석 자 털에 불과할 뿐이로다.

 

去乎斗峯公, 學爲國於中國之大人來.

거호두봉공 학위국어중국지대인래

 

가시게나, 두봉공이여, 중국의 대인들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법을 배워 오시게나.

 

* 이지완(李志完, 1575~1617)  ; 두봉(斗峯)은 호, 양오(養吾)는 자. 여성군(驪城君)은 봉호.

 

* 반고 ; 중국의 전설상에 나오는 임금으로, 천지가 개벽하던 처음에 이 세상을 다스렸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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