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한문산문 219

백분모의 '율정설'

율정설(栗亭說) 백문보(白文寶, ?~1374) 신영산 풀이 尹相君初卜宅於坤岡之陽. 宅東西栗林稠密, 因構屋曰, 栗亭. 今又少西而新購宅, 栗林愈蕃焉. 城居罕植栗, 尹公購宅則惟栗是取. 윤상군초복택어곤강지양 택동서율림조밀 인구옥왈 율정 금우소서이신구택 율림유번언 성거한식율 윤공구택칙유율시취 윤 상군(尹相君)은 일찍이 곤강(坤岡)의 양지바른 곳에 집터를 마련하였다. 집터의 동서쪽으로 밤나무 숲이 울창하였는데, 그곳에 집을 짓고 ‘율정(栗亭)’이라 하였다. 지금 또 조금 서쪽으로 가서 새로 집을 샀는데, 그곳은 밤나무 숲이 더욱 무성하였다. 성안에 있는 집에 밤나무를 심는 사람이 드문데, 윤공은 집을 구할 때마다 오직 밤나무가 있는 곳을 선택하곤 하였다. 嘗謂余曰 : 春則枝疎, 相映於花卉, 夏則葉密, 可憩乎其陰. ..

유몽인의 '송 두봉 이양오 여성군 지완 부경서'

송 두봉 이양오 여성군 지완 부경서 (送斗峯李養吾驪城君志完赴京序) - 연경으로 사신을 떠나는 이지완을 서울에서 전송하며 유몽인(柳夢寅, 1559~1623) 신영산 옮김 余聞馬有卵, 丁子有尾, 龜背之毳長三尺, 信乎. 無之而計之億兆爲不裕, 有之而筭之一兩爲有剩. 天下之事, 大率類之. 여문마유란 정자유미 귀배지취장삼척 신호 무지이계지억조위불유 유지이산지일량위유잉 천하지사 대솔류지 내가 듣건대, 말이 알을 낳고, 개구리에게 꼬리가 있으며, 거북이 등의 털이 석 자나 된다고 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아무것도 없으면서 없는 것을 헤아린다면, 억조로 헤아리더라도 부족할 것이요, 있어서 있는 것을 헤아린다면, 한 둘만 헤아려도 넉넉할 것이다. 세상의 일이란 게 대개 이와 유사하리라. 有國于此. 國論無三日, 而二百之曆同中..

김만중의 '서포만필'

서포만필(西浦漫筆) 중에서 김만중(金萬重, 1637-1692) 신영산 풀이 松江關東別曲, 前後思美人歌, 乃我東之離騷. 而以其不可以文字寫之, 故惟樂人輩, 口相授受, 或傳以國書而已. 人有以七言詩翻關東別曲, 而不能佳. 或謂澤堂少時作, 非也. 송강관동별곡 전후사미인가 내아동지이소 이이기불가이문자사지 고유악인배 구상수수 혹전이국서이이 인유이칠언시번관동별곡 이불능가 혹위택당소시작 비야 송강의 관동별곡과 전후사미인가(사미인곡, 속미인곡)는 우리 동방의 이소(屈原)라 할 만한 글이다. 하지만 문자(한문)로서 베껴낼 수 없는 것이기에, 오로지 노래하는 무리에 의해 입에서 입으로 주고받거나, 혹은 한글로 써서 전할 따름이다. 어떤 사람이 관동별곡을 칠언시로 번역하기도 하였으나, 능히 아름답게 할 수가 없었다. 혹, 세상에..

최지원의 '격황소서(황소에게 보내는 격문)'

격황소서(檄黃巢書) - 역적 황소에게 보내는 격문 최치원(崔致遠, 857~?) 신영산 풀이 廣明二年七月八日, 諸道都統檢校太尉某, 告黃巢. 광명이년칠월팔일 제도도통검교태위모 고황소 광명 2년 7월 8일에, 제도도통검교태위인 아무개는 황소에게 고하노라. 夫守正修常曰道, 臨危制變曰權. 智者成之於順時, 愚者敗之於逆理. 然則雖百年繫命, 生死難期, 而萬事主心, 是非可辨. 부수정수상왈도 임위제변왈권 지자성지어순시 우자패지어역리 연칙수백년계명 생사난기 이만사주심 시비가변 무릇 바른 것을 지키고 떳떳함을 닦는 것을 도(道)라 하고, 위험한 때를 당하여 변통하는 것을 권(權)이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때에 순응함으로써 성공하게 되고, 어리석은 사람은 이치를 거스름으로써 패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비록 우리의 한평생이..

심익운의 '대소설(크고 작음에 대한 생각)'

대소설(大小說) - 크고 작음에 대한 생각 심익운(沈翼雲, 1734~1782) 신영산 풀이 西湖近水, 多虫蛇. 余至寓舍, 家僮執二大蛇放之, 執二小蛇殺之. 서호근수 다충사 여지우사 가동집이대사방지 집이소사살지 마포 근처에는 물이 있어 뱀과 벌레가 많다. 내가 집에 들어오니, 집안 종이 큰 뱀 두 마리는 잡았다가 놓아 주고, 작은 뱀 두 마리는 잡아서 죽이는 것이었다. 問其故, 云 : “蛇之大者有靈, 不可殺. 殺之, 報人. 小者, 殺之, 不能報人.” 문기고 운 사지대자유령 불가살 살지 보인 소자 살지 불능보인 그 이유를 물었더니, 대답하였다. “큰 뱀은 영물이기에 죽일 수 없나이다. 죽이면 사람에게 앙갚음하지요. 작은 뱀은 죽이더라도 사람에게 앙갚음하지 못하옵니다.” 蛇, 惡物也. 其大者, 惡宜大, 其小者,..

길재의 '후산가서'

후산가서(後山家序) - 다시, 산속에서 사는 뜻 길재(吉再, 1353~1419) 신영산 풀이 天之生民, 莫不厚焉. 或爲君子而貴, 或爲小人而賤, 何也. 貴而爲貴, 賤而爲賤, 理之常也. 或貴而賤, 或賤而貴, 命之然也. 천지생민 막부후언 혹위군자이귀 혹위소인이천 하야 귀이위귀 천이위천 이지상야 혹귀이천 혹천이귀 명지연야 하늘이 백성을 나게 하였을 때는, 넉넉하게 하지 않은 일이 없었다. 그런데도 누구는 군자가 되어 귀해지고, 누구는 소인이 되어 천해지니, 이는 무슨 까닭인가. 귀한 이가 귀하게 되고, 천한 이가 천하게 되는 것은, 이치로 예사로운 일이다. 하지만 귀한 이가 혹 천해지거나, 천한 이가 혹 귀해지게 되는 일이 있으니, 이는 타고난 운명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리라. 自古公卿之子, 生長富貴. 車馬足以代..

길재의 '산가서'

산가서(山家序) - 산속에서 사는 뜻 길재(吉再, 1353~1419) 신영산 풀이 夫幼而學之, 壯而行之, 古之道也. 是以, 古今之人, 莫不有學焉. 若夫高蹈遠引, 㓗身亂倫, 豈君子之所欲哉. 然世旣有人, 則有如顔子陋巷自樂者焉. 時有不合, 則有如太公隱處海濱者焉. 然則其釣其耕, 詎敢譏哉. 부유이학지 장이행지 고지도야 시이 고금지인 막불유학언 약부고도원인 결신란륜 기군자지소욕재, 연세기유인 칙유여안자루항자락자언 시유불합 칙유여태공은처해빈자언 연칙기조기경 거감기재 무릇 어려서 배우고, 자라서는 행하는 것이 오래된 도(道)이리라. 그러므로 예나 지금이나 배우지 않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만약에 숨어 산다 하고 멀리 떠나, 제 몸만을 깨끗이 한다 하고 인륜을 어지럽힌다면, 어찌 군자가 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그러나 ..

이건창의 '수당기', 원문과 풀이

수당기(修堂記) - 벗의 집수리에 붙여 -​​ 이건창(李建昌, 1852~1898) 신영산 풀이 余家沁海之濱, 元八居大湖之西. 相距數百里, 聞其名, 而思見其人蓋十年矣. 今乃相聚于京師, 喜可知也. 여가심해지빈 원팔거대호지서 상거수백리 문기명 이사견기인개십년의 금내상취우경사 희가지야 내 집은 강화도의 바닷가에 있었는데, 원팔은 대호의 서쪽에 살고 있었다. 그 거리가 수백 리나 되었기에, 그의 이름을 듣고서, 만나 보리라 한 지가 무릇 10년이나 되었다. 그런데 이제 서로 한양 땅에 모여 살게 되었으니, 그 기쁨이야 어떠했을지를 알 만하리라. 巷之以芹號者, 介于會賢長興兩坊之間. 如螺旋如蟻折, 狹陋不能容車馬. 而吾兩人寓其中. 每欲訪則出門, 披衣帶, 未結而屨先及. 煮數杯酒, 走赫蹄邀之, 酒未煖而笑口已開, 斯又可樂也..

서거정의 '수직론' 원문과 풀이

수직론(守職論) 서거정(徐居正, 1420~1488) 신영산 풀이 壬午 臺諫書徐居正守職論以上 임오 대간서서거정수직론이상 임오 일에 대간이 서거정(徐居正)의 수직론(守職論)을 써서 임금께 올렸다. 凡物各有其職, 牛之職職耕, 馬之職職服乘, 鷄職晨, 犬職夜, 能職其職, 謂之守職; 不職其職, 而代他職, 謂之越職。 越職則悖理, 悖理則受禍。 범물각유기직 우지직직경 마지직직복승 계직신 견직야 능직기직 위지수직 불직기직 이대타직 위지월직 월즉즉패리 패리즉수화 무릇 모든 물(物)에는 각기 그 직책이 있는 법이다. 소는 밭 가는 일을 직책으로 하고, 말은 사람을 태우는 일을 직책으로 하며, 닭은 새벽을 알리는 일을 직책으로 하고, 개의 직책은 밤에 도둑 지키는 것이다. 능히 그 직책을 다하는 것을 수직이라 하며, 그 직책을..

세종실록지리지(강화도호부 편) 원문과 풀이

세종실록 지리지(世宗實錄 地理志) - 강화 도호부(江華 都護府) 신영산 옮김 江華 都護府, 本高句麗 穴口郡, 新羅改爲海口郡, 高麗改爲江華縣. 顯宗戊午, 置縣令. 高宗十九年壬辰, [宋 理宗 紹定五年] 避蒙古兵入都, 陞爲江華郡, 號江都. 元宗元年, [元 世祖 中統元年] 復還松都. [今府東十里松嶽里, 有古宮基] 洪武丁巳, 陞爲府. 本朝 太宗癸巳, 例改爲都護府. 강화 도호부 본고구려 혈구군 신라개위해구군 고려개위강화현 현종무오 치현령 고종십구년임진 (송 이종 소정오년) 피몽고병입도 승위강화군 호강도 원종원년 (원 세조 중통원년) 부환송도 (금부동십리송악리, 유고궁기) 홍무정사 승위부 본조 태종 계사 예개위도호부 강화 도호부는 본래 고구려의 혈구군이었는데, 신라가 해구군으로 고쳤고, 고려가 강화현으로 고쳐, 현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