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풀어 읽기-총람/덴동어미화전가

덴동어미화전가(소백산대관록) - 제2부 _ 1.장이방댁 자제

New-Mountain(새뫼) 2021. 3. 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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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부

 

1. 장이방댁 자제

 

덴동어미 듣다가서 썩 나서며 하는 말이

가지 마오 가지 마오,

제발 마음 좋게 먹고 가지 말게.

팔자 한탄 어이 없을까마는

간다는 말 웬 말이오.

잘 만나도 내 팔자요, 못 만나도 내 팔자지.

한평생 함께 산다 해도 내 팔자요,

십칠 세 청상 과부 된다 해도 내 팔자라.

팔자 좋을 양이라면 십칠 세에 과부될까.

팔자 피해 도망하지 못할지라,

 

이내 말을 들어보소.

나도 본디 순흥 읍내 임이방의 딸이러니,

우리 부모 사랑하사

어리장 고리장 키우다가

열여섯에 시집가니 예천 읍내 그 중 큰 집

여장 차려 들어가니 장이방의 집이러라.

서방님을 잠깐 보니

준수하고 비범하며 충채가 넉넉하고

시부모님 찾아뵈니 사랑이 거룩하네.

 

그 이듬해 처가 오니 때마침 단오여라.

삼백 길 높은 가지 그네를 뛰다가서

그넷줄이 떨어지며 공중에서 메어 박히니

그만 몸이 박살이라. 이런 일이 또 있는가.

신혼 정이 미흡한데 십칠 세에 과부 되네.

하늘을 부르면서 통곡하며 슬피운들

죽은 낭군 살아올까.

한숨 모아 큰바람 되고 눈물 모아 강물 된다.

낮밤 없이 몹시도 슬피 우니

보는 이마다 눈물 나네.

 

시부모님 하신 말씀 친정 가서 잘 있거라.

나는 아니 가려 하니, 달래면서 타이르니

할 수 없어 허락하고 친정이라 돌아오니

삼백 길 높은 나무 나를 보고 흐느끼는 듯

떨어진 곳, 님의 넋이 나를 보고 우는 듯

너무 답답 못 살겠네 밤낮으로 통곡하니

양쪽 부모 의논하고 상주읍에 중매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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