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부
3. 꽃 화자 노래
어여쁠사 어린 낭자 의복단장 제대로 하고
방긋 웃고 썩 나서며 좋다좋다 얼씨구 좋다.
잘도 하네 잘도 하네.
봄 춘자 노래 잘도 하네.
봄 춘자 노래 다했는가.
꽃 화자 타령 내가 함세.
꽃과 물이 함께 흘러가는 물에
얼굴 가득했던 수심을 세수하고
꽃 화자 얼굴 단장하고 반만 웃고 돌아서니
해사스럽게 웃는 모양 해당화와 한가지요,
노을처럼 붉은 앵두 볼은
홍동화가 빛이 곱다.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온 몸이 꽃 화자라.
꽃 화자 같은 이 사람이
꽃 화자 타령 하여 보세.
좋을시고 좋을시고 꽃 화자가 좋을시고
봄을 알리려는 꽃바람이 다시 불어
따뜻한 봄 모든 생명 흐르러지는 꽃 화자라.
대청 위 천년 동안 장수 하실 장생화는
우리 부모님 꽃 화자요.
무릎 아래 오랜 세월 이어나갈 무궁화는
우리 자손의 꽃 화자요.
요지연에 삼천년 만에 핀 벽도화는
서왕모의 꽃 화자요.
천 년에 한 번 피는 천수화는
광한전의 꽃 화자요.
극락전의 선비화는
석가여래 꽃 화자요.
천태산의 노고화는
마고선녀 꽃 화자요.
춘당댁의 선리화는
우리 임금님 꽃 화자요.
비온 뒤에 붉어진 부귀한 봄꽃들은
우리 집의 꽃 화자요.
간절히 바라도 잊지 못할 상사화는
우리 낭군의 꽃 화자요.
천리 타향의 한 그루 꽃은
귀양 사는 문인의 꽃 화자요.
달 가운데 피어난 계수나무 붉은 꽃은
월궁 항아의 꽃 화자요.
황금집의 금은화는
석가모니의 꽃 화자요.
해바라기 하는 촉규화는
등장군의 꽃 화자요.
귀촉도 귀촉도 두견화는
초 회왕의 꽃 화자요.
밝은 모래 십 리에 핀 해당화는
바다 위 신선들의 꽃 화자요.
돌다리 위 봉선화는
구운몽 성진의 화자요.
숭화산에 피어 있는 흰 오얏꽃은
이적선의 꽃 화자요.
용산에서 관모가 떨어질 때 핀 황국화는
도연명의 꽃 화자요.
백룡퇴 사막의 푸른 무덤에 핀 꽃은
왕소군의 꽃 화자요.
마외역에 피어난 양귀비의 꽃은
당 현종의 꽃 화자요.
첩첩한 산속의 철쭉꽃은
팔십 노승의 꽃 화자요.
울긋불긋 찔레꽃은
조카딸네 꽃 화자요.
봄날 잠시 피어나는 복숭아꽃 오얏꽃은
기생집의 젊은 기생 꽃 화자요.
목동이 가리키는 곳에 핀 살구꽃은
술집이 어디냐고 물어보는 꽃 화자요.
강남의 붉은 연꽃은
전당 호수 위에 핀 꽃 화자요.
꽃 중의 제일인 모란화는
꽃 중에도 어른이요.
기생집 창문 앞의 옥매화는
꽃 화자 중에 미인이요.
꽃 섬돌 위에 핀 함박꽃은
꽃 화자 중에 우러를 만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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