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 229

책머리의 부록과 차례

신기정을 찾아서 신 영 산 지음 1. 프롤로그 1 2. 기획관 박민구 3 3. 군수 석동열 6 4. 축제팀장 민수연 9 5. 밥집 할미 13 6. 기획관 박민구 16 7. 축제팀장 민수연 20 8. 축제팀 손상섭 23 9. J대 교수 정일영 27 10. 딸 김민서 31 11. 산중처사 34 12. 내룡리 이장 38 13. 축제팀 송미영 41 14. 축제팀 손상섭 44 15. 문화원장 최현 48 16. 교사 심우식 51 17. 문화관광과장 한혁수 55 18. 남태전통건축 대표 원만호 60 19. 축제팀 천승남 64 20. J대 교수 정일영 68 21. 전임 군수 이석우 72 22. 가사연구원 연구사 주신호 77 23. 김영태 80 24. 오정민 84 25. 산중처자 87 26. 축제팀 현경숙..

시놉시스

소설 : 신기정을 찾아서 신 영 산 지음 이 소설은 서운군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김영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김영태는 이혼남으로 본래 축산과 소속이었지만, 문화관광과로 파견 나와 지역축제팀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어느 날 군수실에서 새로운 업무를 받는다. 군에서 ‘신기정가’라는 가사가 발굴되었는데, 그 가사의 배경이 되는 ‘신기정’이라는 정자가 세워졌던 곳을 찾아, 그 자리에다가 정자와 가사비를 세워 호박 축제의 프로그램으로 더하라는 것이다. 김영태는 자료의 부족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대학 시절의 공부와 군청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정자가 세워졌던 위치를 찾아 나서지만, 별로 큰 소득을 얻어 내지 못한다. 축제일을 다가오지만, 김영태나 축제팀 팀원들은 축제 준비와 정자 건립에 많은 어..

떠나보냄과 떠나감에 대하여

떠나보냄과 떠나감에 대하여 막내녀석이 짐 꾸리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서툰 몸짓에 갑갑하여 밀쳐내고 대신 꾸려줍니다 제 살림 하나 건사하는 것도 저리도 미욱하기만 한데 이제 혼자 살아보겠다던 녀석의 선언은 먹먹합니다 짐을 싸 보내면 혼자서 짐을 풀 수나 있을까요 문득 핸드폰에 문자가 들어옵니다 일상처럼 읽어보는데 가슴이 무너집니다 아내를 멀리 떠나보냈다는 벗의 궂긴 몇 줄의 글입니다 여전히 앞에 쌓여 있는 막내녀석의 짐을 그저 두고 잠시 시간을 등지고 잠시 집 밖으로 나섭니다 하늘은 뿌옇고 그런 하늘을 꽤 오래 올려다 봅니다 마음을 쉬 정리하지 못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이 너무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떠나보내는 것일까요 떠난 것일까요 떠나보내는 것일까요 떠나는 것일까요 떠나..

전 상서

전 상서 많이 적조했습니다. 뵙기 어려우니 몇 자 글월이 안부되기를 소망합니다. 그간 무탈하셨는 .... 무탈하지시 못했겠습니다. 저 역시 모든 감각기관을 닫아버리고 햇빛없이 물만 빨아들이는 연명으로 내 정체를 퇴화시키며 그저 지내고 있습니다. 간혹 들려오는 그대의 소식을 듣습니다. 비록 우리 둘이 먼 공간에서 존재하지만 그대가 나이고 내가 그대같은 삶을 살고 있다군요. 연리지인 양 같은 시간이 엮여 있지만, 하지만 그것은 동질을 느끼지 못하게 차별을 상실해 가는 것으로 나만큼이나 그대도 마모되어 간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아니고, 그대는 그대가 아닌 것으로 우리는 얼마나 더 우리 세월을 견뎌야 할까요. 철저하게 강요받는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그대의 체온없이 내 몸을 덥히거나 내..

긴 장마

긴 장마 유모차에 실린 첫 나들이 꼬맹이는 무표정하게 지나치는 눈빛만을 이 세상의 전부로 안다. 곁으로는 마스크로 얼굴만 막는 사람들 뜨거운 체온을 감추면서 희노애락애욕오를 애써 숨기면서 꼬맹이보다 더 심하게 낯가림을 하는데 그리고 장마, 여전히 비는 내리는데 이것이 장마일 줄도 모르면서 아직 푸르름을 보지 못한 꼬맹이는 검은 구름만을 하늘의 전부로 안다. 엄마 손에 이끌리는 첫 걸음마 꼬맹이는 무채색으로 흘러가는 시간만을 이 세상의 전부로 안다.

일상이 바뀐 저녁에

일상이 바뀐 저녁에 저녁에 버스정류장을 지나는데 공항으로 가는 버스 한 대 우두커니 정류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버스에 승객이 하나도 없습니다. 기사님은 앞문을 열어둔 채 핸들 위에다 턱을 고이고 빈 시간 속에서 멈춰서서 출발할 줄 모릅니다. 뒷거울 속에서 걸어오는 나를 발견했던 것일까요. 그러다가 버스 밖에 있는 내 눈을 가만 바라보다가 자신의 승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문을 닫습니다. 그리고 느릿하게 출발합니다. 사람에 대한 소중함이 지독하게 그리운 저녁입니다.

깊은 안개가 내려 앉는 이 아침에

깊은 안개가 내려 앉는 이 아침에 오늘 깊은 안개가 내려 앉는 이 아침에 그만큼 꽤 멀리 달려왔어도 내려 앉는 깊은 안개는 앞길을 감추었다. 어둑하니 잠긴 신호등은 붉게 깜빡이며 가는 길 가야할 길 모두 험하다고 경고하는데 기어이 오십이 벌써 넘었음에도 이런 막막한 낯설음은 익숙하지 않다. 그래도 애초 정한 방향을 잃지 않으려 처음도 끝도 없이 둥글게만 돌아가는 둥근 핸들을 꼭 움켜쥐고 앞을 응시한다. 비상깜빡이의 째깍임에 스스로를 각성하며 시간과 공간을 구분할 수 없는 혼돈으로 조금씩 조금씩 나를 밀어 넣어가는데 여기쯤이 네거리이니 길을 선택해야 하고 지금쯤이면 우회전하며 나를 바꾸면서 하나하나 어깨 너머로 지나쳐갔던 신호등의 숫자를 헤아려본다. 다섯이었던가 여섯이었던가 헤아리다가 헤아리려다가 안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