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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
유모차에 실린 첫 나들이
꼬맹이는
무표정하게 지나치는 눈빛만을
이 세상의 전부로 안다.
곁으로는 마스크로 얼굴만 막는 사람들
뜨거운 체온을 감추면서
희노애락애욕오를 애써 숨기면서
꼬맹이보다 더 심하게 낯가림을 하는데
그리고 장마, 여전히 비는 내리는데
이것이 장마일 줄도 모르면서
아직 푸르름을 보지 못한 꼬맹이는
검은 구름만을 하늘의 전부로 안다.
엄마 손에 이끌리는 첫 걸음마
꼬맹이는
무채색으로 흘러가는 시간만을
이 세상의 전부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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