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 미술관 방문기 리움 미술관 방문기 1. 추운 날이다. 거울 속에 비취어진 얼굴을 바라보며 정리되지 않는 수염 속에 부쩍 흰 터올이 더 늘어났음을 발견한다. 무디어진 면도칼로 맨 낯을 만들어보지만, 그 얼굴도 내 얼굴 같지마는 않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낯익은 얼굴은 언제였을까. 정의는 쉽게 내려..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7.12.16
나의 저항은 나의 저항은 TV를 끄고 신문을 덮고 정말 부당하게도 나의 저항은 나를 향한다 왜 이러한 세상에서 '살았을까'가 아니라 '살아 남았을까' 하고 왜 이러한 세상에서 '한 마디 말도 못했을까'가 아니라 '한 마디 말도 못하는가' 하고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6.11.02
야위어감에 대하여 - 오십즈음에 야위워감에 대하여 - 오십 즈음에 가는 바람에 가을 잎들이 흔들리다 하나 둘 꽤나 많이 그래 게 그 자리에서 시간에 취할 때도 되었으리라 그 자리에서 다시 푸르름을 기약하는 색바래는 약속을 매달 때도 되었으리라 그렇게 야위어 가는 것 당연한 것이기에 아쉬워 할 필요도 없는 것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6.10.07
가을에 가을에 늘 그 길이다. 어제의 그 길에서 문득 풍경이 많이 사위었다. 맞잡고 가는 아내의 손이 많이 여위었다. 어제의 그 길이다. 늘 그 길에서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6.09.23
김광석을 들으며 김광석을 들으며 '서른 즈음에'와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함께 듣는다. 그렇게 훌쩍 지나가는 시간의 간극에서 겪고 있는, 또 겪어야 할 아픔을 함께 듣는다. '나는 너를 떠날 수는 없을 것만 같아'의 다짐과 '지친 그대 곁에 머물고 싶지만 떠날 수밖에'의 안타까움을 함께 듣는다.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6.09.13
가을 단상 가을 단상 문득 일이 없음을 깨달았기에 나선 길이기에 늦은 밤 한가한 서성거림을 글에 담아둘 필요는 없었지만 마른 공원, 간간 풀벌레 소리가 계절처럼 흐르는데 게 함께 들리는 걸음에 채인 밭은 먼지의 푸석거림. 아까부터 앞선 그림자를 따르다가, 아니 내가 앞이었나. 잠시 궁리해..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6.09.11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가만히 손 잡으려 애틋하게 응시하다. 가야하리 이제. 머뭇머뭇 차마 떨리어 네 눈에 담겨 있는 내 눈에 가득 널 담았는데… 돌아서면 못 보리라. 안타까워 응시하다. 그래도 가야기에 약속처럼 남기는 말… 어디서 무엇이 되어 우리 다시 만나리.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6.05.02
동거 동 거 얼마간 푸드득하더니 또 가끔 째째하더니 주방 후드 굴뚝 안에 둥지를 틀었다. 작은 새, 예쁜 새들이 아래를 향한 좁은 문으로 알루미늄으로 도배된 심하게 굽은 복도를 지나 더운 열기 시끄러워도 작은 방, 예쁜 방을 만들고 거기에서 사랑을 하고 새끼를 기르면서 살아갈 모양이..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6.04.14
부끄러움에 대하여 부끄러움에 대하여 - 영화 동주를 보고 영화 대사를 기억했다. 부끄러움을 아는 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부끄러움을 모르는 게 부끄러운 것이다. 정말 그러한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에게 어찌 부끄러움을 일깨울 것이며 부끄러움이 고통스런 이들에게 어찌 부끄러움을 더 강요할 것..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2016.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