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14년 이후

전 상서

New-Mountain(새뫼) 2020. 7. 3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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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상서

 

많이 적조했습니다.

뵙기 어려우니 몇 자 글월이 안부되기를 소망합니다.

그간 무탈하셨는 .... 무탈하지시 못했겠습니다.

저 역시 모든 감각기관을 닫아버리고

햇빛없이 물만 빨아들이는 연명으로 내 정체를 퇴화시키며

그저 지내고 있습니다.

간혹 들려오는 그대의 소식을 듣습니다.

비록 우리 둘이 먼 공간에서 존재하지만

그대가 나이고 내가 그대같은 삶을 살고 있다군요.

연리지인 양 같은 시간이 엮여 있지만, 하지만

그것은 동질을 느끼지 못하게 차별을 상실해 가는 것으로

나만큼이나 그대도 마모되어 간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아니고, 그대는 그대가 아닌 것으로

우리는 얼마나 더 우리 세월을 견뎌야 할까요.

철저하게 강요받는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그대의 체온없이 내 몸을 덥히거나

내 눈빛 없이 그대 눈을 빛나게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런 숭고한 초월은 아직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익명이 운명이 되는 상황도 익숙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글이 격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잠시 호흡을 하고 이어 쓰겠습니다. 

 

그대는 없고, 그대를 없게 하는 그 존재도 알 수 없는데

다만 구겨진 몸을 펴기 위한 작은 몸짓이라고

그 정도로만 읽어주시면 이 글도 용서받지 않을까요.

순응과 극복 사이의 간극에서

무력함이 도약의 전 단계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몇 자 글월로 기체후 만강하옵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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