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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상서
많이 적조했습니다.
뵙기 어려우니 몇 자 글월이 안부되기를 소망합니다.
그간 무탈하셨는 .... 무탈하지시 못했겠습니다.
저 역시 모든 감각기관을 닫아버리고
햇빛없이 물만 빨아들이는 연명으로 내 정체를 퇴화시키며
그저 지내고 있습니다.
간혹 들려오는 그대의 소식을 듣습니다.
비록 우리 둘이 먼 공간에서 존재하지만
그대가 나이고 내가 그대같은 삶을 살고 있다군요.
연리지인 양 같은 시간이 엮여 있지만, 하지만
그것은 동질을 느끼지 못하게 차별을 상실해 가는 것으로
나만큼이나 그대도 마모되어 간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아니고, 그대는 그대가 아닌 것으로
우리는 얼마나 더 우리 세월을 견뎌야 할까요.
철저하게 강요받는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그대의 체온없이 내 몸을 덥히거나
내 눈빛 없이 그대 눈을 빛나게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런 숭고한 초월은 아직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익명이 운명이 되는 상황도 익숙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글이 격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잠시 호흡을 하고 이어 쓰겠습니다.
그대는 없고, 그대를 없게 하는 그 존재도 알 수 없는데
다만 구겨진 몸을 펴기 위한 작은 몸짓이라고
그 정도로만 읽어주시면 이 글도 용서받지 않을까요.
순응과 극복 사이의 간극에서
무력함이 도약의 전 단계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몇 자 글월로 기체후 만강하옵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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