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학회장 차기석 책상 위에 올려둔 탁상 달력의 12일에 붉은 큰 동그라미가 둘러 있다. 이제 이틀 앞이다. 드디어 컴퓨터 속에 들어 있던 가사가 출력되어 책상 위에 올라왔다. 세상을 처음으로 맞이하는 현대어 가사이다. 그 옆에 ‘신기성가 산중처자’라는 이름의 시조도 출력하여 가사 옆에 나란히 올려놓는다. 이제 다 끝난 것인가. 아니 다 끝나지 않았다. 남은 일이 있다. 이틀 후 남태전통건축에 갈 때, 이 둘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삿짐을 다 싸서 트럭에 실어 놓았는데, 갑자기 한 무더기 짐이 갑자기 더 나온 모양새다. 가능한 선택지를 생각해 본다. 시조를 아예 버리는 것. 또는 원래 순서대로 가사는 가사대로 시조는 시조대로 나란히 싣는 것. 아니면, 모른 척하고 시조를 어느 정도 문맥에 맞게끔 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