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큰누이 김영숙 “술도 못 이기면서 뭔 술을 그리 먹었냐?” 천장이 낯설다. 고개를 돌려 보니, 누군가가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처음에는 낯설다가 점차 낯이 익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아쥐고 어젯밤 일을 반추해 본다. 모르는 사람의 상갓집에 갔던 일, 학회장인가에게 야단을 맞았던 일, 정 교수가 가사비에서 자기 이름을 빼달라고 했던 일. 그리고 그다음에. 대리기사를 부를까 하다가, 그러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생각에 근처에 맥줏집으로 혼자 들어갔다. 전작이 있어서인지,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인지, 맥줏집에 많이 마셔서인지 그다음부터는 정확하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택시를 불러 탔는데, 택시는 J시 시내로 달려 큰누이가 살고 있는 집 앞에 나를 내려놓았다. 어렴풋하나마 거기까지가 기억되는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