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친구에게

New-Mountain(새뫼) 2013. 2. 19.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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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구 에 게

 

 

영아

어젠 결혼식엘 다녀왔지

잘 다려진 흰 셔츠와 곱게 매어진 넥타이

울긋불긋 화려하게 꾸며진 꾸며진 이들 속에서

두 사람을 보았지

하나의 시작과 또 하나의 마침을 위하여

두 사람은 웃고 있었지

그리고 숨겨진 울음을 보았지

 

영아

우린 술을 마셨네

아직 태양은 하늘 가운데서 빛나고

흘기는 이들의 눈빛을 무시하고

거리를 비틀거렸어

이렇게 살아가는 삶을 사랑하며

이렇게 비틀거리는 삶을 증오하며

노래를 불렀네

자장 우리와 가깝지 않은 노래들을

 

영아

왜 서쪽으로 떨어지는 태양이 커 보이는지 알겠나

하루를 보내는 벅찬 감정처럼

흐뭇함처럼

 

영아

왜 이제 집을 찾아가는 이들의 발걸음이

한없이 늦추어지는지 알겠나

또 하루를 보내는 슬픈 감정처럼

아쉬움처럼

 

영아

흔들리는 전철안 비슷한 이들은 서로 부딪히며

이제나 저재나 언제나

빈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며

우리가 오는 길, 가는 길

어디까지 가야 할 때

아직도 못 옴일 때

 

영아

집에는 도착했지만 다 오지 못함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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