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6년~97년

공원에서 2

New-Mountain(새뫼) 2013. 2. 19.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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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원 에 서 2

 

 

더 멀리 달아날 수 없었던

안타까움이 두 눈빛 가득 담겨져 있다.

험하게 헝클어진 머리카락

시커멓게 찌든 교복 블라우스 위로

어둠이 쌓이고,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는 밤

집나간 학생으로 찾아나선 선생으로

우린 어느 공원에서 마주쳤다.

주위는 밤늦게 공사하느라 아직도 시끄러웠다.

 

왜 나갔니, 그 동안 뭐했니, 이게 뭔 꼴이냐

수 많은 소리들이 목을 간지르지만

정작 튀어나온 말은 겨우

...가자

 

두 눈빛 가득히 담겨 있는

뭔가 하고 싶은 말을 보았지만

들으려 않고 앞장 서 걷었다. 따라오라고

그렇게 걸었지만 가는 길을 막아버린

처절하게 빗소리에 묻혀오는 말

싫었어요, 정말 싫었어요.

뒤돌아 보면 그 자리에 흐느낌으로 서 있다.

빗줄기는 더 쏟아졌지만 우린 둘 다 우산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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