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광한루 좋다하니 차비를 갖추어라
고려국 명산은 금강산이요, 기자의 왕성은 묘향산이라. 진주는 촉석루, 함흥은 낙민루, 평양은 연광정, 성천의 강선루, 밀양의 영남루, 창원의 벽허루, 해주의 부용당, 안주의 백상루, 의주의 통군정, 영동의 아홉 읍, 충청도의 네 군, 다 훌쩍 던져두고, 동불암, 서진관, 남삼막, 북승가이라.
남한 북한 청계 관악 도봉 망월은 용이 도사리고 범이 웅크리고 앉은 모습으로 북두칠성을 괴온 듯한 경치가 거룩하다 하려니와, 본읍의 광한루가 경치가 매우 뛰어나 유명하여 시인 문인들이 소강남에 비기고 있고, 풍류와 호사 칭찬하되, 별유천지비인간으로 이르옵나이다.”
“어허, 네 말 같을진대 뛰어난 경치 분명하다. 아무렇거나 구경 가자.”
방자 놈 여쭈오되,
“아예 이런 분부는 마음먹기도 마옵소서. 사또 분부 지엄하신 줄 분명히 알면서 생사람 곯리려고 구경 가자 하옵나이까?”
이도령 이른 말이,
“우리 단둘이 하는 일을 알 이가 뉘 있으리오. 사또 분부는 염려 마라. 내 다 수습하마.”
공방 불러 잔치 자리 준비하라. 주모 불러 술 들이고, 관청빗 불러 안주 차리고, 걷는 노새 수를 놓은 안장 채우고 은을 넣은 실로 맺은 선후걸이, 당매양이로 지어 놓고 도련님 호사함 보소.
의복 단장 맵시 있다. 삼단 같은 흩은 머리 반달 같은 화룡소로 아주 솰솰 흘려 빗겨 전반같이 넓게 땋아 수갑사 토막 댕기 석웅황이 더욱 좋다.
생명주 겹바지에 당베중의 받쳐 입고, 옥색 항라 겹저고리, 대방전의 약낭이요, 당갑사 수향, 배자, 가화본의 옥단추며, 당모시 중치막에 생초 긴 옷 받쳐 입고, 삼승 버선, 통행전에 회색 운혜, 맵시 있게 지어 신고, 한포단 허리띠에, 모초단 두루주머니, 주황 당사 벌매듭을 보기 좋게 꿰어 차고, 자주 갑사 넓은 띠를 봄바람에 버드나무 하늘거리듯 비껴 띠고, 분홍 당지 승두선에 꽃을 찾는 벌과 나비 그려 쥐고, 김해 간죽 백통대에 삼등초 피어 물고, 방자 놈 앞세우고 뒤를 따라 탄탄대로 넓은 길에 마음 심자 갈 지자로 봄바람 부는 버드나무 속의 꾀꼬리같이 말을 탄 듯, 걷는 듯하여 꽃을 찾고 버드나무 따라가며 광한루 찾아갈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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