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에서 서해에서 저 멀게 밀려가는 물결 그러면 또 다른 세상이 밀려온다 그 끝자락 위에 서서 세상은 더 멀지만 더 이상 앞으로 갈 수가 없다 앙상한 자취를 하나 남긴다 주저하면서 이제까지 끌고 온 시간을 질질 끌면서 ‘-나는 여기 서 있다.’ 라고 그렇게 처참하게 기록되는 문자 위에서야..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8년 즈음 2013.02.19
서울, 그 찬란한 아침에 서울 시장 후보 누구누구의 입성은 신문지로 바지뒷켠에 꾸겨두고 용감하게 전장하듯 앞으로. 또 하루다. 버스 정류장 한켠 간밤 누가 배앝아 놓은 오물뭉치에 쯧쯧 어찌 저리 마신담 야유할 수 있는 여유가 자랑스럽다. 똑 같은 방향의 좌석과 입석 버스가 나란히 달려오면 호기있게 좌..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5년 즈음 2013.02.19
아침 풍경 아침 풍경 나는 지금 전철에 오르는데 전철을 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어디서 출발해 왔는지는 몰라도 나는 그들보다 행복하다. 적어도 그들은 나보다 더 일찍 일을 시작하니까 나는 지금 전철을 내리는데 전철에 오르는 사람둘이 있다. 어디까지 가는지는 몰라도 그들은 나보다 행복하다...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5년 즈음 2013.02.19
목욕탕에서 한 꺼울 벗겨낸다고 내가 아닐까? 거기서 한 꺼울 더 벗겨낸다고 내가 또 아닐까? 씻고 또 씻고 모든 찌기들을 흘려보낸다고 벌거숭이 본래 그 모습은 내가 아닐까? -95,5,21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5년 즈음 2013.02.19
어느 저녁에 눈을 떠 보니 한강 위였다. 흐릿한 하늘과 흐릿한 강물과 흐릿한 서울 저녁 몇개의 유리와 몇개의 철판에 갖힌 채 눈을 떠 보니 한강 위에 있었다. ‘신호 대기 운운...잠시만 안전한 열차 안에서 운운....’ 하기야 그런 쉰 목소리가 아니어도 여기가 어디 들썩들썩 나가고자 했을까? 쭈그..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5년 즈음 2013.02.19
신병교육대18 - 일기 오늘도 하루의 모순 속에서 긴 시간이 꿈결처럼 지나가고 여기 앉아 뭔가 쓰려 앉아 있어. 하지만 백지처럼 창백한 뇌리에서 내 존재의 위치는 어디인가. 몸은 이미 이역을 등졌지만 남을 감상을 안타깝게 감싸고 감싸고 그리고 울고 싶다. 맑은 가슴을 다 드러내고 오늘의 기억이 다 지..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89년~91년 2013.02.19
신병교육대17 - 겨울 떨고 있는 초병 무겁게 내리누르는 철모 위로 또 몇 켜 서릿발이 쌓이고 있다. 그렇게 맞는 철원의 첫 겨울은 초병의 양볼을 차갑게 경직시키고 가슴을 아프게 찢어버려.... 그 고독 속에서 홀로 왔다 갔다 서성여야 하는 초병 시계는 겨우 오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초병이 부르고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89년~91년 2013.02.19
신병교육대16 - 쓰레기를 태우며 오늘도 마대 가득히 쓰레기를 채우고 오물장을 향하여 천천히 나아갑니다. 푸른 군복을 입은 지 한달여 그간 신병교육대에서 맡은 보직은 쓰레기 당번 달려드는 파리떼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아깨에 파고드는 마대자루의 날카로움 그러나 조금은 기쁘게 쓰레기를 멜 수 있음은 이 자루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89년~91년 2013.02.19
신병교육대15 - 포복 두 팔꿈치와 두 무릎 그리고 이것이 나를 지탱하는 전부. 살갗이 벗겨져 나가는 아픔으로 그대는 흙먼지 풀풀 이는 연병장에서 무얼 찾고 있는가. 벌써 십여미터 앞으로 나아갔지만 어디에도 이 땅의 내음을 맡을 수 없고 이 땅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으니 시월의 차운 흙바닥에 머리를 ..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89년~91년 2013.02.19
신병교육대14 - 향수 저 푸른 가을 하늘 아래면 군인이라도 앳된 동심이 되어 누구 얼굴을 그려본다. 마악 터질 듯 고운 철원 하늘은 머리 속에 그려지는 모든 얼글들 다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더 늙으셨을 홀아비 아버지 떠나온 교실, 즐거운 아이들 미소 지금은 반도 어느 곳에서 역시 푸른 군복을 입었.. 자작시와 자작소설/시; 89년~91년 2013.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