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와 자작소설/시; 98년 즈음

서해에서

New-Mountain(새뫼) 2013. 2. 1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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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에서

 

저 멀게 밀려가는 물결

그러면 또 다른 세상이 밀려온다

그 끝자락 위에 서서

세상은 더 멀지만

더 이상 앞으로 갈 수가 없다

앙상한 자취를 하나 남긴다

주저하면서 이제까지 끌고 온 시간을 질질 끌면서

‘-나는 여기 서 있다.’ 라고

그렇게 처참하게 기록되는

문자 위에서야만 떳떳해질 수 있다

비로소 살아 있는 것이다

이 가뿜을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을까

곧 흔적없이 사라져버리는 존재를 위해

많은 내 시간을 사랑해버리는 것인가

 

하루 긴 해는 이미 저 섬 너머로

기울어지고, 나도 기울어진다.

곧 어두움으로 밀려드는 시간의 끝 위에서

처참하게 내 시선은 아래로만 또 아래로

거기 ‘-나는 여기 서 있다

물은 밀려드는 데, 모래밭은 더욱 넓어지고,

이젠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발끝에서

나를 지운다. 지워버린다.

모두 지우져 버려라. 아낌없이

 

이제 돌아가야 하지만 길은 없다

다만 여기는 해지는 서해

모래위 낙서 몇자

멀어져가는 철썩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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